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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에서 환경운동을 20여년 한 베테랑 시민운동가로써 나는 이번 411총선을 준비하면서 승리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정치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알기에 시대정신이 내게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낙마하여 본선에 나가보지도 못하고 고배를 마셔야 했다. 뿐만아니라 적지 않은 빚까지 지고 앞으로의 삶에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결국 내가 믿었던 시대정신은 기존 정치권의 권력다툼 속에서 진행된 황당한 공천과정에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 결과는 민주통합당의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민주통합당에 대한 총선 평가는 한마디로 ‘다 차려준 밥상도 못 찾아먹는 정당’이었다.

나는 이 자리에서 경선의 잘잘못을 따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 숱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시민운동가를 포함한 혁신적인 인사들의 정치권 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경선제도의 개선을 위한 몇 가지 이야기만 할까 한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이 내건 슬로건은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신인, 특히 혁신적인 인사들을 대거 발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모바일 투표와 현장투표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혁신적인 인사들의 무덤을 만들고 말았다. 수도권을 통털어 순수 시민운동가 출신은 경선에서 단 한명만이 살아남았고 이마저도 본선에서 탈락했다. 수도권에서 시민운동가 중 당선된 사람은 전략공천을 받은 이학영 후보 단 한명뿐이었다. 결국 국민참여 경선은 혁신적인 인사를 발탁하기는커녕 현역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도구로 전락한 셈이다. 모바일투표나 현장투표 모두 기존 조직을 이용한 동원선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현장 투표 당일 승합차로 유권자를 실어나르는(?) 모습에 기가 막힐 뿐이었다.

내가 출마했던 은평을 지역의 경우는 야권단일화 지역으로 묶여 민주통합당에서 막바지까지 공천을 미루다 경선을 3일 남겨놓고 5명을 무더기로 공천하여 경선에 몰아넣는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무책임의 극치이다. 애초 2배수로 후보를 압축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후보들간의 경쟁력은 발휘될 수 없었고 동원선거로 씁쓸한 막을 내렸다. 그러니 통합진보당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결과였고, 새누리당 이재오 후보에게 국회의원을 헌납하는 가슴아픈 상황을 만들었다. 민주통합당이 제대로 된 경선을 통해 조금만 일찍 후보를 확정했더라면 은평을에서 승리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은평을의 경우는 경선에 대한 어떤 전략도 기준도 없었으며 혁신의 의지는 더더욱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 책임은 아무도 지지않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짚어보아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비용문제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려면 당연히 돈을 쓸 수밖에 없지만 돌이켜보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을 각 후보별로 수천만원씩 낭비하게 만든 것이 민주통합당 경선방식이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특히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이 지출한 비용을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정리해 보면 참 소모적인 선거를 치루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모든 예비후보들이 반드시 내야할 비용은 예비후보 등록비 300만원, 민주통합당 후보등록 및 심사비 300만원, 당내 경선비 1,000-2,000만원에다 당내 경선을 통과한 경우 야권단일화경선비 1천만원...,이것은 반드시 내야할 돈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어림없는 것이 선거이다. 예비후보 홍보물 1천만원, 여론조사비용(회당 3-4백만원), 현수막 설치비용 5백-1천만원, 사무실 운영비 및 선거사무원 인건비 2천5백만원..., 결국 제대로 선거운동을 하려면 예비후보 단계에서 최소 8천만원은 써야 한다는 것이다.

본선에 나가 15%이상 득표를 하면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은 그 모든 돈을 자비나 후원금으로로 부담해야 한다. 그럼 어떻게 될까? 나같이 돈없는 시민운동가 출신은 선거한번 치루면 빚더미에 안게 될 수밖에 없다.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경선 시기를 앞당겨야 하며, 혁신적인 인사들의 경우 전략공천(또는 단수공천)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경선과정은 현역의원들의 단수공천만이 눈에 띄었고 혁신인사들의 단수/전략공천은 손에 꼽을만큼 적었다.

선거가 끝나고도 문제는 여전하다. 당선된 사람들은 후원회를 유지할 수 있지만 낙선한 사람들은 후원회를 즉시 해산해야 한다.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다. 고통의 악순환을 낳고 그 과정에 불법정치자금 수수와 같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한 제도는 철저하게 가진자(현역 의원)만을 위해 만들어져 있다. 이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회의 근본적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승국(시민운동가/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은평을 예비후보)

Posted by 최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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