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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후보로 상징되는 박원순 후보의 당선은 한국 정치사의 일대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정치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고 내년 총선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정치질서가 바뀔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박원순 후보가 출마를 결심한 순간부터 당선되기까지 열정의 50일을 곁에서 함께 했던 시민운동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가 갖는 의미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정리해 본다.
 
성과
 
박원순 시장의 탄생은 정치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과 시민정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는 안철수와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준 것이며, 지난해부터 싹을 틔우기 시작한 시민정치 운동이 제도권 진입에 성공함은 물론 정치의 중심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나아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이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시민사회와 범야권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로 승리를 이끌어 내었기 때문에 향후 정치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실제 경선 이후 공동선대본부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실질적인 선거 연합을 이루어 내고 그 힘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그 경험은 곧바로 내년 총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시민(시민사회진영)의 자발적 참여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시민후보의 선거운동이 조직선거로 대별되는 정당 후보와의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함으로써 기존 정치질서의 재편을 가속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장 추진되고 있는 범야권 통합과 내년 총선에서의 공천에도 시민사회의 약진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또한 눈여겨 볼 대목은 지역 선거대책본부(이하 지역선본)를 중심으로 형성된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의 실험이 상당한 성과를 가져옴으로써 이후 총선과 대선, 나아가 지방선거에서 지역의 정치역량을 키우고 지역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한계
 
박원순 시장이 탄생했음에도 50일간의 열정 뒤에는 꼭 되새겨야 할 안타까움도 적지 않다. 시민운동가로 박원순과 함께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박원순 후보가 시민후보였음에도 시민사회진영의 뜻을 정확히 반영하거나 시민진영이 선거과정에서 중심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운동 진영이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짧은 기간에 꾸려진 캠프의 특성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보와 캠프 사이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가장 강하게 작용했고 시민선본의 리더십 부재도 한 몫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이지만 시민운동 진영의 정치적 경험부족으로 주어진 정치공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것도 뼈아픈 한계다.
 
또한 경선을 통해 후보단일화가 이루어졌음에도 야당(특히 민주당)과 시민사회가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하고 선거과정에서 일부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향후 야권통합 과정과 총선에서의 갈등의 소지를 남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선 선거인단을 모으고 무소속 후보 추천장을 받는 등 경선과정에서 지역 차원의 선본이 거의 구성되었으나 민주당과 연합캠프를 꾸리면서 이를 완전히 백지상태로 돌리고 다시 지역선본을 구성해야 했던 것은 뼈아프게 돌아보아야 할 대목이다. 실제 어느 구에서는 민주당과 공동선대본부를 구성하지 못하고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이 별도의 희망원정대를 구성하여 투표참여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캠프 전체 차원의 전략과 홍보가 부족했으며, 캠프내 각 단위간의 소통이 부족해서 부서간, 중앙과 지역간의 시너지를 제대로 내지 못한 한계도 분명하게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다. 선거 기간 내내, 아니 선거가 끝난 지금도 캠프의 전략을 누가 짰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온라인을 제외한 홍보팀이 없었다는 것도 치명적 약점으로 기록할 만하다.
 
지나간 이야기이지만 선거기간 게재된 현수막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시민단체 인사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현수막이 수준 이하란 평가를 많이 했다. 그러나 실상은 그 현수막은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은 사전에 구경도 못했으며 만약 우리가 만들었다면 그보다 100배는 잘 만들었을 것임을 확언할 수 있다. 현수막은 희망캠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불과하다.
 
과제
 
1)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치 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박원순의 정치실험은 시민사회 전체의 정치실험이며, 그 성패는 새로운 변화와 이를 담보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염원하는 민심의 흐름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은 끊임없이 박원순 시장 흔들기를 시도할 것이다. 박원순 시장을 지켜내고 그가 성공적으로 서울시정을 이끌도록 하는 일은 시민정치의 소중한 씨앗을 지켜내는 일이며, 새로운 정치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이번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도와 캠프를 운영했던 사람들뿐만아니라 박원순을 지지하고 그의 당선을 도왔던 모든 사람들은 박원순 시장이 제대로 시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지/지원하는 역할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지역의 풀뿌리 정치실험이 뿌리 내리게 힘을 모아야
 
이번 선거의 가장 소중한 성과 중의 하나는 지역 선본을 중심으로 풀뿌리 시민운동 진영과 제야당이 함께 박원순 후보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 시민사회의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지역사회의 소중한 정치역량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의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은 박원순 시장이 추구하는 '마을공동체'를 포함하여 시정의 핵심방안을 지역에서 실행할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의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내년에 진행되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지역차원의 네트워크를 통한 야권연대 또는 후보단일화 운동은 반드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의 경험은 내년 정치지형에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계기로 강화된 지역의 풀뿌리 시민(정치)운동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살려나가고 강화시켜 나가는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간의 풀뿌리 시민운동 세력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며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장점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역 풀뿌리 조직과 서울시 차원의 일상적인 소통의 수단(창구)를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3) 정치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반영한 새로운 정치세력 필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안철수와 박원순으로 대표되며, 이 현상은 정치의 변화로 상징되며, 결국 새로운 정치세력을 요구하고 있다.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야권통합의 필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한 정치공학적 야당들의 통합이 아닌 정치변화(혁신)가 우선되어야 하며, 변화의 주체로서 시민(국민)들의 변화의 열망을 담아낼 또 다른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아직은 준비되어 있지 않지만, 다양한 방식과 영역에서 박원순의 희망캠프에 참여하였던 주체들과 박원순을 지지했던 시민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정치변화의 실험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 희망캠프 정신을 계승하자 : <희망캠프 2.0> 구성 제안
 
박원순과 함께했던 새로운 정치실험을 이어간다는 의미로 <희망캠프 2.0> 을 구성하여 앞에서 제시한 3가지 역할, 즉 '박원순 시장의 정치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지역의 풀뿌리 정치실험이 뿌리내리게 하는 일', '정치변화를 바라는 민심을 반영한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을 위한 플랫폼 역할 수행했으면 한다.
 
희망캠프 2.0에서는 위의 역할과 함께 새로운 정치실험에 관심 갖는 사람들을 모아내는 역할을 수행하며, '희망포럼' 등을 통해 다양한 정치담론이 논의되고 형성되는 공간의 기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희망캠프 2.0은 위의 활동을 통해 시민정치의 새로운 모델 만들기와 정치 신인 발굴, 리더십을 키워나가는 역할을 수행하며,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까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승국(녹색연합 전 사무처장/박원순 희망캠프 조직기획위원장 역임)
Posted by 최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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