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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드레스덴에서 보내고 우리 일행은 셀레는 마음으로 월요일 슈투트가르트에 입성했다. 독일 일정 중 베를린과 더불어 가장 기대가 큰 곳이다. 이곳은 올 3월 27일 주지사 선거에서 녹색당이 58년 기민당 보수정권을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주지사를 배출한 곳이다. 뿐만아니라 이곳 주민들은 문화재로 지정된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을 허물과 이곳을 관통하는 새로운 역사를 짓는 계획인 슈투트가르트 21에 반대해 수년 동안 대규모 집회를 열고 있다.


우리가 도착하여 슈투트가르트의 궁전과 중앙역 주변에 널리 펼쳐진 슐로스 가르텐(공원)을 둘러보는 동안 독일의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공원에는 수백년은 되어 보이는 아름드리 나무가 가득했고 그 나무들을 중심으로 많은 텐트가 쳐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몇 곳의 나무위엔 발판과 함께 역시 텐트가 쳐져있고 그 위에 사람들이 모습이 보였다. 슈투트가르트 21사업으로 나무가 베어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 위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인천 계양산을 지키기 위해 인천녹색연합 신정은씨와 윤인중 목사가 210여일 동안 나무 위 시위를 한 경험이 있어 이 모습이 낯설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것은 시위 장소가 한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았고 나무 아래에는 수많은 텐트촌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텐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물이 펼쳐져 있었다. 이들의 싸움은 한국의 경우처럼 외롭거나 비장해 보이기보다는 약간의 여유도 느껴졌다. 그만큼 시민들의 참여가 큰 이유라 생각된다.


저녁 6시부터는 매주 열리는 월요집회가 있다고 하여 서둘러 중앙역 광장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내내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우리는 집회참가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인원이라도 보태주어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중앙역 광장에서는 3천여명의 시민들이 가득차 있었고 광장을 중심으로 차량이 통제되어 시민들이 자유롭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최소한 이곳은 집회자체를 놓고 경찰과 실갱이를 벌이지는 않는 듯 했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게 평화로운 집회를 매주 열기까지는 적지 않은 희생이 있었다는 것을 다음날 분트와 녹색당 관계자의 만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슈투트가르트21 반대활동 초기에는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까지 동원하여 시민들을 해산시켰고 그 과정에서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한다.


슈투트가르트 21 반대운동의 열기는 지역을 넘어 전 독일 차원에서 진행되었고 그 소식은 외신을 통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인구 56만의 지방도시에서 열리는 집회에 많을 때는 수만명(언론엔 10만명으로 보도)이나 되는 군중들이 모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슈투트가르트 21 사업은 잠시 중단되기도 하였으나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공사가 재개되어 다시 시민들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었다.


슈투트가르트21을 반대하는 녹색당이 주지사를 배출했으니 결과가 희망적일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이미 확정된 사업이라 이를 저지하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님이 분명하다. 어쨌든 독일 시민들은 슈투트가르트 중앙역과 공원의 아름드리 나무를 지키는 활동을 통해 독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이 운동이 있었기에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과 어우러져 독일 역사상 처음으로 녹색당 출신의 주지사가 선출되기에 이른 것이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Posted by 최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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