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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의 역사는 15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혁명기 노동운동과 정치운동의 과정에서 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인권보장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이며, 당원들도 가장 많다. 해방 이후 만들어지고 당명이 수시로 바뀌면서 온갖 부침을 겪고 있는 한국의 정당들과는 차원이 다른 정당임에 분명하다. 지난 11년간 집권당으로 국가를 운영해 오다 2009년 선거에서 패배하여 지금은 야당신세이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당원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도 사민주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정당을 만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다.

 

사민당은 한국의 집권경험이 있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는 달리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정당을 창당했으며, 정치의 중심을 시민들에게 옮겨놓았다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의 민주노동당과 비슷한 창당과정을 겪었지만 사민당은 이미 집권당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거대정당이라는 측면에선 상당히 다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민당은 지금도 사회단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사회단체들이 사민당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으면, 대부분의 노조들은 독립성을 유지하지만 당과 매우 가까운 사이이다. 또한 대규모 노조의 대표들은 사민당의 당원으로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노조원들이 특정정당에 당비를 냈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하고 직정에서 파면을 당하는 등 수모를 겪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딴판인 셈이다.

 

사민당은 또한 시민사회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해 다양한 포럼, 워크숍 등을 통해 시민사회에 참여의 공간을 제공해 오고 있다.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물론이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다양한 시민들을 참여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에 100만명의 조직을 갖는 거대정당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사민당은 100만 당원을 거느린 막강한 정당이지만 2009년 선거 패배를 계기로 새로운 색깔을 추구하고 있다. 선거패배의 원인을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 상실’이라고 보고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사민당의 핵심가치가 사회정의인데 정치과정에서 이것이 협상과 타협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정책결정이 소수에 의해서 이루어지다보니 시민들로부터 멀어지게 된 셈이다.

 

사민당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가지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주민, 시민사회에 당을 개방하자’는 것이다. 대규모 워크숍을 열고 주민들을 초청하여 토론하고 결정한다. 이와 함께 ‘정당구조와 의사결정 방식의 변경’이다. 신인을 대거 발굴하고 의사결정을 중앙에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에게 위임하기로 하였으며, 비당원들에게도 시장이나 수상 후보를 선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 혁신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몰론 이러한 개혁방안에 대해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갈등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이는 극복해야할 대상이지 후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최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지사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가 사상 최초로 주지사로 당선된 사례에서 알려졌듯이 독일내에서 진보정당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민당은 2009년까지 녹색당과 적-녹 연정을 통해 집권했고 지금도 지역별 녹색당 등과 연정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 사회의제에 대해 사민당의 이니셔티브는 점차 희석되고 있다. 환경문제는 과거 사민당의 핵심이슈였으나 지금은 녹색당에게 환경이슈를 넘겨주었고 사회정의 문제도 좌파당에게 주도권이 넘어갔다. 결국 사민당에 대한 최근 지지율 하락은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때문에 사민당은 주요 사회의제에서 중심 역할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적녹연정과 시민단체와의 관계를 물어 보았다. 사민당은 녹색당과 근본적으로 철학이 비슷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연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산업정책, 특히 일자리 문제와 해외 파병 문제 등에서 녹색당과 충돌이 빚어졌고 이는 당내갈등으로 이어져 혼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시민단체와는 활발한 정책교류는 물론이고 인력구조의 순환도 활발하다고 한다. 시민단체 운동가들이 정치활동에 참여하고 이들이 다시 시민운동에 복귀하여 활동하곤 하는데 이는 정당은 물론이고 시민단체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평가한다. 한국에서 시민운동의 정치참여에 대한 강한 터부가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시민운동진영이 정치참여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 독일의 사례가 강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Posted by 최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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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idow7 2011.07.20 17: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독일 정치는 신뢰가 생명일지 모르겠지만 한반도는(위나 아래나) 충격과 공포가 정치의 생명인 것 같습니다. 위쪽은 워낙 악랄하게 유명하니 언급할 나위도 없고, 한나라당 전신 자유당은 경상도 20만명 민간인 학살하고서도 떳떳하고, 박정희는 경상도민 백만명 학살 각오하고 독재했는데도, 경상도민은 여전히 자유당 후신당을 지지하고 박정희 딸까지도 아끼지 않습니까? 재규씨가 총격을 참았다면 박정희의 탱크가 경상도를 휩쓰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性的으로 집권층은 가학증이 있고 국민들은 피학증이 있나 봅니다. 독일 정치의 신뢰는 한반도와는 아무 상관없는 안드로메다의 개념 같단 생각이 듭니다.

  2. 나팔 2011.07.20 2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52년의 역사를 가진 정당, 노조와의 연계가 활발한 정당, 시민을 상대로 신뢰를 얻기 위해 술수가 아닌 포럼과 세미나를 진행하며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방향을 재설정하려는 노력의 모습을 연출하는 정당 우리나라의 정치지형은 언제나 이런 성숙을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