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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입식품, 수산물만 위험한가?


나는 해산물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일식집에 가서 탕류나 생선 종류를 먹는다. 그러면서도 내가 먹는 음식의 원산지가 어디인지 물어본 적이 많지는 않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참 이상한 일이다. 20여년간 녹색운동을 해오면서 자연스럽게 먹을거리에 신경을 쓰게 되었고 2008년 광우병 파동이 한바탕 온나라를 휩쓸고 난 이후부턴 뭐 하나 먹어도 원산지가 어디인지, 성분이 무엇인지 신경을 쓰곤 하는데 말이다.

짐작컨대 일식집에서 사용하는 생선이나 해산물의 재료 중 일본산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일본 스타일의 음식점이지 일본인이 직영하거나 오리지널 일본 음식을 먹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식집도 한식집과 마찬가지로 그냥 자주 가는 음식점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사정에서 일식집이라고 특별히 원산지를 묻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일본 식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 술집이다. 우리가 마시는 사케(청주)나 일본에서 수입한 맥주는 일본에서 가공하여 들여온 것이다. 물론, 술집이 아니라 슈퍼마켓에서도 일본 술이나 식품을 구입할 수 있다. 나 또한 자주는 아니지만 일년에 몇차례 일본식 술집에 가서 사케를 마시고 수퍼에서 아사히 맥주도 구입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일본산 술을 마시면서 내가 마시는 술이 안전한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내가 마시는 청주가 방사능에 오염되었을 수도 있다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다른 식당이나 술집에 갈 때는 정색을 하고 원산지를 확인하고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는 식품을 주문해서는 안된다고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식품 중 수산물 이외에는 너무 무신경하게 살아온 듯하다. 방사능은 수산물과 농산물, 그리고 가공식품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있는데도 우리의 생각은 참 편협한 곳에 꽂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 일본에서 들여오는 식품 중 수산물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방사능 오염으로부터 과연 자유로울까? 그간 내가 먹고 마셨던 일본식품들 중 방사능에 쉽게 노출되는 품목들은 없었을까? 갑자기 불안해졌다.

그렇다면 국내로 수입되는 일본 식품중 수산물을 제외하고 어떤게 있을까? 그리고 그 중에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는 것은 어떤 것이고 방사능 오염실태는 어떨까?

지난 10월 20일 양승조 국회의원실에서 식약처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수산물 수입이 금지된 후쿠시마를 포함한 8개현으로부터 가공, 원료 식품 상당량이 수입되어 왔고 최근 들어 수입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식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기업들은 한국네슬레, 코스트코 코리아, 롯데, 한국관광용품, 해태제과식품 순이다.

경향신문 10월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국네슬레는 최근 3년간 인스턴트 커피, 코코아 가공품 등 식품 1479t을 일본 8개현에서 수입했다. 코스트코 코리아도 3년간 8개현에서 545t의 가공·원료 식품을 수입했다. 롯데는 롯데제과와 롯데삼강, 롯데아사히주류, 롯데햄, 롯데푸드 등 여러 계열사에서 양조간장, 복합조미식품 등의 일본 식품을 수입했다. 최근 3년간 일본 전역에서 4만9314t의 가공·원료 식품을 들여왔고, 이 중 8개현에서는 282t을 수입했다. 이 밖에 호텔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한국관광용품센터는 된장, 식초, 수산물 가공품, 과일·채소 가공품 등 총 185t을 일본 전역에서 수입했고, 그 가운데 8개현에서 53t을 들여왔다. 해태제과식품은 곡류 가공품, 착향료, 코코아매스 등을 8개현에서 41t 수입했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원전사고 이후 국내 식품회사들은 일본산 가공·원료 식품을 2011년 4만4253t 수입했으며 지난해 5만5024t을 수입해 24.3% 늘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만 5만1792t을 수입해 지난해 한 해 동안의 수입량과 맞먹었다. 이 추세로라면 41.2% 증가한 7만7000여t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위의 자료는 방사능 위험성이 높은 지역으로부터 수입된 수산물 외 식품현황이고 방사능 검출관련 자료는 없다. 하지만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된 지역에서 가공하거나 생산된 원료에는 방사능 물질이 포함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자료에서 이 분야 방사능 오염실태와 관련한 정확한 자료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수산물 외 식품에서 방사능 검출과 관련해서 내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공하는 수입식품 방사능 검사현황 정도였다. 비록 제한된 자료였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데이터를 찾을 수 있었다. 수산물이 아닌 일반 식품중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된 사례들이 17건이 나왔다.

수산물이 아닌 식품 중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사례 중 눈에 확 띄는 것은 ‘알길산프로피렌글리콜’인데 세슘 검출치가 무려 41.9배크렐에 이르렀다. 물론 정부가 정한 기준치 100배크렐에는 못 미쳤지만 다른 식품들에 비해 오염도가 월등히 높았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그동안 일본에서 수입되는 명태에서 검출된 그 어느 방사능 수치보다 높은 것이며, 모든 품목을 통털어도 대구 다음으로 높은 방사능 오염농도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 이 품목은 영업자가 자체 반송을 하였기에 국내에 유통되지는 않았지만 무작위로 조사한 품목에서 이만큼 오염도가 높은 식품이 있었다는 것은 국내에 유통되는 일본산 식자재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그 다음으로 관심이 가는 품목은 청주, 즉 사케였다. 세슘 검출치가 높진 않았지만 방사능이 검출된 총 17건의 식품(수산물 제외) 중 청주가 3건이나 차지하고 있었다. 다행히 맥주에서 세슘이 검출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비록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일본산 주류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내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술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일본산 청주(사케)가 얼마나 많은가! 그 많은 술 가운데 심각하게 세슘에 오염된 것은 과연 하나도 없었을까? 겨울철, 따끈하게 데운 청주 한잔이면 뼛속까지 파고들었던 추위가 사르르 녹는 느낌에 일본 술집을 찾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이들에게 올겨울 ‘기준치 이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사케를 마음껏 마셔도 좋다’고 과연 권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매우 단순한 이치이다. 일본에서 제조되는 술은 일본땅에서 흐르는 물로 만들었으니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일본 국토의 70%에 방사능 낙진이 떨어졌고 방사성 물질은 이시간에도 독성을 내뿜고 있을 것이다. 일본산 수산물과 농산물만 조심하면 될거라는 생각에 뒷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 느낌이다.

방사능은 아무런 조건을 따지지 않고 일본에서 들여오는 식품과 함께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 때로는 커피와 함께, 또 어느 순간엔 빵이나 과자류, 식품첨가물과 함께 우리 몸속을 파고 든다. 심지어 청국장에서도 방사능이 나오고 멜론과 같은 과일을 통해서도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들은 방사능 오염 수치가 매우 낮다는 이유로 정부의 통제망도 유유히 빠져나간다. 그리고 웃고 즐기면서, 때로는 자못 심각한 토론을 하면서 이들을 먹고 마시는 사이 방사능이란 놈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순간에 차곡차곡 쌓이게 될 것이다. 


최승국(내가꿈꾸는나라 교육위원장/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Posted by 최승국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검사, 믿을 수 있나?

내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에 대해 질문을 한다. 정말 방사능이 위험한지, 또 생선은 먹어도 되는지, 일본 여행을 가도 되는지 궁금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들의 눈엔 진지함을 넘어 공포가 서려있다.

시민들이 느끼는 일본발 방사능 공포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 바로 먹을거리와 직접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파동에서 먹을거리와 관련된 공포가 얼마나 큰 위력을 갖고 있는지 분명하게 확인한 바 있다. 그리고 그 공포를 키우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면서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공포를 키우는 것이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해 시민들의 공포를 키운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방사능 괴담’이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한때 방사능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들을 처벌하겠다고 경고까지 한 바 있다. 정말일까? 정말 방사능 공포의 실체는 방사능 괴담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방사능 괴담론을 유포하는 정부관계자들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포의 실체는 무엇인가?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공포를 가장 크게 느끼는 때는 언제일까? 필자의 경험을 떠올려 본다면,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알지 못할 공포를 느낀다. 그리고 잘 모르는 깊은 숲속 같은 곳에 혼자 떨어져 있을 때 비슷한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일상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를 때 또 다른 의미의 공포를 경험한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공포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불확실성이다. 어둠 속이든, 일상에서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할 때 정체불명의 공포감이 우리를 엄습해 온다.

같은 이유로 방사능 위험에 관한 공포도 바로 그 ‘불확실성’에서 비롯된다. 방사능이 위험하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방사능 자체가 불확실한 것은 아니다. 그럼 무엇이 공포를 유발하는 불확실함일까? 이 경우는 방사능의 위험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하는데 무엇을 먹어야 안전할지 모르기 때문에 오는 두려움이다. 먹을 것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공포의 심각성히 훨씬 더 크다.

일상에서 피폭되는 방사능의 80% 이상이 먹을 것을 통해 우리 몸으로 들어온다고 하니 먹는 과정이 공포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가 늘 먹어왔던 생선을 먹어도 되는지, 야채는 또 어떤지, 농산물과 수산물 가공품은 방사능으로부터 자유로운지 잘 모른다. 그런데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을 잘못 먹으면 암에 걸리거나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 세상의 먹을거리의 절반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면 우리는 방사능에 안전한 것을 찾아먹을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이 두려움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 실제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마치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식품이 나를 죽일수도 있는 방사능 물질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이 두려움을 없애야 할 1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 정부에서도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없애기 위해 일본에서 들어오는 수산물을 포함한 식품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등 나름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포는 줄어들지 않는다. 왜일까? 아마 국민들이 보기에 정부의 방사능 검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고 또 문제를 해결할 해법도 들어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검사하는 방사능 검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또 믿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정부의 방사능 검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해양수산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그중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담당하는 기관은 식약처이다. 식약처에서는 매일 일본산 수산물을 무작위로 표본을 추출해서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식약처 홈페이지 내에 있는 일본원전식의약 정보방에 공개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1년 3월 19일부터 2013년 10월1일까지 방사능이 검출된 경우는 수산물에서 132건이었고 청주와 혼합제제 등 수산물 외 일본산 수입식품에서도 방사능이 17회 검출되었다. 이들 중 다수는 10배크렐 이하였지만 일부 생선에서는 세슘이 98배크렐이 나왔고 식품첨가물에서서 41.9배크렐의 세슘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정부의 기준에 따르면 이들 모두 기준치 이하이다. 식약처의 조사결과만 본다면 일본산 수입식품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과 환경단체에서 정부의 방사능 관리에 대해 불신을 드러내는 가장 큰 이유를 살펴보면 크게 3가지이다. 그 첫째는 방사능 관리 기준이다. 현재 정부에서 측정하고 있는 방사능은 세슘과 요오드인데 세슘은 그동안 기준이 370배크렐이었는데 국민들의 불안이 심해지자 2013년 9월 6일자로 100배크렐로 강화했다. 그리고 요오드는 300배크렐이다. 정부에서는 이 기준보다 낮으면 안전하다고 말하는데 의학 전문가들은 이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100배크렐은 위험하고 수입 수산물에서 검출된 98배크렐은 안전하다는 기준은 도대체 어떤 과학기준에서 설정되었을까? 결국 세슘의 기준치가 370이든, 100이든 이는 안전기준치가 아니라 단순한 관리기준치일 뿐인 것이다. 방사능은 아주 작은 피폭으로도 위험할 수 있으며, 누적될수록 암발생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100배크렐 이하라고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기준치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이들은 주장한다.

두 번째는 조사표본과 범위의 문제이다. 식약처에서 검사하는 일본 수산물과 식품에 대한 표본은 전체 수입량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각 품목에 대해 수천킬로그램당 10개 정도의 샘플을 채취하여 조사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원하는 전수조사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더 늘리고 싶어도 인력과 장비가 제한되어 있어 불가능하다. 식약처가 보유하고 있는 검사장비는 18대에 불과하다. 그래도 식약처는 국산수산물을 조사하는 해양수산부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해수부가 보유하는 검사장비는 부산과 인천에 각각 한 대씩 달랑 2대뿐이란다. 또다른 맹점은 정부에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방사능 종류는 세슘과 요오드 2가지 뿐이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8일밖에 안되니 검출 빈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방사능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세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핵발전소 폭발로 나오는 방사능물질이 200여종에 이르는데 가장 위험한 플루토늄이나 스트론튬 같은 방사능 물질은 아예 검사조차 받지 않는 셈이다.

세 번째는 일본산 이외의 식품에 대한 것인데, 이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어쨌든 위의 2가지 경우를 보더라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와 규제는 국민들의 염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래서 불안한 국민들은 일본산 수산물 전체에 대한 수입중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본산 수입식품 전체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든, 아니면 일본산 식품 전체에 대한 수입을 중단하든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방사능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국(내가꿈꾸는나라 교육위원장/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Posted by 최승국

아! 명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생선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여라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겠지만 단언컨대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은 명태일 것이다.

명태는 내게 있어서도 가장 친숙한 생선이요, 가장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반찬거리였다. 어렸을 때 내가 살던 동네는 동해안에서 10리정도 떨어져 있는 강원도 삼척의 조그만 산간마을이었다. 당시만해도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고 화폐를 이용해 물건을 사기보다 물물교환이 성했던 시기라 우리 마을엔 늘 명태를 이고 물건을 팔러 오시는 아주머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싱싱한 명태를 무겁게 이고 와서 쌀이나 고추, 마늘 등 다른 먹을거리로 바꾸어 갔다. 그러다보니 우리집 밥상에는 집에서 직접 기르거나 야생에서 잡은 먹을거리 외엔 명태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또 맛있는 반찬이었다. 어디 반찬만이던가? 명태를 사서 좋은 놈을 골라 내장을 빼어내고 잘 말려 설날 차례상이나 조상님의 제사상에 명태포를 올리곤 했다. 그 풍습이 지금까지 내려와 형님이 제사를 대구로 모시고 갔음에도 우리집 제사나 차례상엔 늘 명태포가 빠지지 않는다.

명태의 쓰임새는 참 많다. 강원도를 여행하다 보면 겨울풍경 중 장관인 것은 황태덕장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명태를 대관령의 강한 추위와 바람에 얼리고 햇볕에 녹이기를 반복해서 만든 황태는 서울을 비롯해 도시사람들의 별미 황태국이 된다. 황태국보단 못하지만 명태를 말렸다 국을 끓여 내놓는 북어국도 전날 술한잔 얼큰하게 마신 이들에겐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어디 그뿐인가? 얼리지 않은 싱싱한 명태로 끓인 생태찌개는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사람받는 메뉴 중 하나일 것이다. 나도 식당에 가면 가장 많이 주문하는 음식이 생태찌개였다. 그리고 냉동명태를 이용한 동태찌개도 생태찌개의 시원한 맛엔 조금 못미치지만 한끼 식사의 주 메뉴로 전혀 손색이 없다. 그리고 명태의 알과 내장을 이용해 끓인 알탕도 정말 맛있는 음식이며, 입맛이 없을 때 명란젓이나 창란젓 한 숫갈을 밥에 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 이처럼 명태는 한마디로 국민생선으로 자리 잡았다.

명태의 쓰임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명태는 고사를 지낼 때 빠짐없이 등장하여 잡귀를 쫒는 역할까지 한다. 우리 풍습에 중요한 일이나 큰 고민거리가 있을때면 고사를 지내곤 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새해 초마다 시산제를 지내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다. 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가는 사람들은 풍어와 무사고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다. 또한 새로 사무실을 내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성공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낸다. 그리고 집안에 우환이 있을 때 잡귀를 물리쳐달라는 고사를 지낸다. 이럴때마다 꼭 등장하는 것이 명태포이다. 온몸에 실타래를 감고 두 눈을 부릅뜬 명태포가 잡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일까!

이러다보니 명태는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고 명태를 주제로 한 노래까지 생기게 되었다. 바로 그 유명한 강산에와 오현명의 ‘명태’이다. 강산에는 명태란 노래를 통해 명태의 쓰임새를 정말 잘 설명해주고 있고 또한 고마움까지 잘 담아내고 있다.

“명태 음하하하하 예∼피가되고 살이되고 노래되고 시가되고 약이되고 안주되고 내가되고 니가되고 그댄 너무 아름다워요∼ 그댄 너무 부드러워요 그댄 너무 맛있어요∼ 감사합니데이∼....,”

이제 명태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라 우리 문학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에게 사랑받던 명태가 이제 우리 밥상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고 기피대상 1호 생선이 되어가고 있어 정말 가슴 아프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것 같던 명태가 왜 갑자기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

바로 방사능 오염 때문이다. 2011년 3월 11일 거대한 쓰나미가 일본 후쿠시마를 강타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던 일본의 핵발전소가 연이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가 일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후쿠시마에서는 끊임없이 방사능에 오염된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들고 이 영향으로 일본은 물론 러시아 근방에서 잡히는 명태까지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는 것이다.

육식을 하지 않는 나는 생선을 매우 좋아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2가지를 꼽으라면 생태찌개와 생선회이다. 생선회는 아무래도 비싸기 때문에 결국 가장 즐겨 찾는 음식은 생태찌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내가 2013년 초부터 명태로 만든 음식을 일체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로 명태가 우리가 먹는 식품 중에서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인 2011년 3월부터 2013년 9월까지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 방사능이 미량이라도 검출된 총 132건의 수산물 중 명태가 52건이다. 방사능이 검출된 전체 수산물 중 무려 40%에 육박하는 단일 품종이 명태인 것이다. 물론 이 통계를 근거로 모든 명태는 위험하다고 판단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결과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에 한정되었기 때문에 전체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오염 실태를 확인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 일본에서 잡히는 명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잡은 명태는 과연 안전할까? 안타깝게도 한반도 주변에서는 더 이상 명태가 잡히지 않는다. 일본산을 제외한 명태의 경우 대부분 러시아 수역에서 잡히는데 후쿠시마 주변의 해류 흐름을 고려하면 러시아 수역도 완전히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유감스럽게도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한 정부의 자료에서는 일본산 수산물 이외의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검사 통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민간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러시아산 냉동명태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된 사례가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일본산 생태만이 아니라 한동안은 모든 명태를 먹지 않는 것이 내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후쿠시마로부터 시작된 재앙은 우리밥상에서 명태만 앗아간 것은 절대 아니다. 모든 바다에서 잡히거나 채취하는 수산물을 의심하게 하고 있고 명태와 함께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성악가 오현명의 가곡 명태도 이젠 공허하게 만들고 있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 때(카아∼∼∼)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짝짝 짖어지고 내 몸도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가 사라지면 우리 문학의 일부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말 슬픈 일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꿈을 꾼다.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던 명태가 시를 쓰던 가난한 시인의 안주로, 일상의 삶에 지친 직장인들의 점심 밥상의 생태찌개로 다시 돌아오는 꿈’을 꾼다. 방사능 공포로부터 벗어나 명태가 다시 국민생선으로 되돌아오는 날 나의 밥상도 풍성해 질 것이고, 우리 정서도 그만큼 여유로워질 것이다. 명∼태, 음하하하하! 


최승국(내가꿈꾸는나라 교육위원장,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Posted by 최승국

‘일본산‘ 수입금지보다 중요한 것


이번 추석 밥상머리 이야깃거리로 국정원 등 정치현안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회자된 주제가 바로 ‘방사능 오염’이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건만 방사능 오염은 줄어들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오염수 누출량이 늘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 지하수 방사능 오염도가 최근 100배나 증가했고 원전 앞바다의 방사능 오염도 짧은 기간에 수십배나 높아지는 등 완전히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닫게 되자 일본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방사능 공포에 벌벌 떨고 있다.

한반도에의 방사능 공포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명태나 고등어 등 수산물에 대한 염려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일본산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수산물을 구입하거나 먹는 것을 꺼리게 되어버렸다. 특히 이러한 방사능 공포는 추석명절 차례상과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과 묘하게 겹치면서 엄청나게 증폭되었다. 그간 차례상에 빠지지 않았던 명태전을 올려야 할지, 추석선물로 사랑받던 굴비세트와 같은 수산물을 선물하는 것이 적절한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보니 제주 근해에서 잡힌 국내산 고등어 선물세트에는 ‘방사능 검사 완료’라는 꼬리표가 별도로 따라붙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연출되었다. 결국 일본발 방사능 공포는 대한민국의 추석 풍속도를 완전히 바꿔놓고 말았다.

방사능 걱정이 지금처럼 확산되기 한참 전에도 이미 방사능이 검출되는 농수산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금년 초부터 명태와 표고버섯에서 방사능이 지속해서 검출되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에 경고를 하였으나 정부에서는 ‘방사능 괴담’을 유포한다고 이를 처벌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하기도 했다. 아마 정부는 방사능과 관련된 국민들의 우려가 2008년 겪었던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때의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방사능 오염과 관련된 걱정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고 정부에서도 최근 후쿠시마 인근 8개 지역에서 생산된 수산물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기 시작한 일본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누출과 이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사능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공포를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 그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방사능 오염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니 국민들의 염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방사능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쉽지는 않지만 분명 해결 방안이 있다. 먼저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방사능 관련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방사능 오염 위험군에 들어가는 식품들을 구입하지도 먹지도 않는 것이다. 인체의 방사능 피폭량 중 80% 이상이 음식물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먹는 것만 조심하면 방사능 위험의 많은 부분을 줄일 수 있다. 나는 명태와 표고버섯 등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당분간은 일본산 농수산물은 먹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은 분명 한계가 있다. 더 중요한 역할은 정부에 있다. 정부는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모든 지역으로 농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확산하여야 하며, 농수산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수입되는 모든 물품, 즉 공산품과 산업에 쓰이는 폐자재까지 엄격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방사능 수치에 대해 숨김없이 공개하고 방사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 길만이 국민들의 불안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제안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를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후쿠시마와 같은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한국에도 23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고 후쿠시마와 같은 참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의 핵발전소만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를 잘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빨리 탈핵사회를 실현하는 길만이 방사능 걱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 이 글은 경향신문 <시론>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최승국(내가꿈꾸는나라 교육위원장/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Posted by 최승국

육식을 하지 않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생태탕이었고 생협주문을 할때 매주 빼놓지 않고 포함시키는 것이 표고버섯이었다. 자연산 송이 다음으로 좋아하는 버섯이 표고버섯이었으니까!(자연산 송이는 너무 비싸서 먹기 어렵다). 그런 내게 또 한번의 선택의 시기가 왔다. 바로 김익중 교수의 ‘탈핵과 에너지전환’ 강의를 듣고 나서이다. 대부분의 명태와 표고버섯이 방사능에 오염되었다는 이 강의를 듣고 나서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이 생협 주문대상에서 명태류와 표고버섯을 삭제한 것이다. 그리고 식당에서 즐겨먹던 생태탕이나 동태찌개도 더 이상 주문하지 않게 되었다.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먹던 내가 무엇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은 이번을 제외하면 평생동안 단 한번밖에 없었다. 몇 년 전 구제역 파동이 전국을 휩쓸고 살아있는 소와 돼지 등을 생매장하고 포크레인으로 찍어 죽이는 끔찍한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여과없이 방송되는 것을 보면서 ‘나만이라도 육식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다. 먹는 것을 놓고 세 번째 결심할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사람들은 방사능에 대해 왜곡된 지식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그저 위험한 물질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방사능과 관련한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할까 한다. 첫째, 안전한 방사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방사능 피폭량과 암 발생률은 거의 정비례한다.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말은 의학이나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은 허구이다. 기준치는 안전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를 위한 수치일 뿐이다. 소량의 방사능에라도 피폭되면 암을 포함한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오랫동안 지속해서 피폭되면 그만큼 확률은 더 높아진다.

둘째, 여자와 어린이가 더 위험하다. 방사능에 대한 민감도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아이는 성인보다 20배나 민감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2배정도 더 민감하다. 태아의 경우는 훨씬 심각하다. 결국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위험하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귀찮더라도 방사능 오염 물질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셋째, 방사능 피폭의 대부분은 먹을거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방사능 피폭은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으로 나누어진다. 외부피폭은 후쿠시마와 같은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체일부 또는 전부가 방사능에 직접 노출되는 경우이고 내부 피폭은 음식물이나 공기를 통해 체내에 방사능이 흡입되는 경우이다. 외부피폭은 오염현장을 피하면 피폭을 피할 수 있으나 내부피폭의 경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음식물 등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고 미세한 양으로도 세포나 염색체를 파괴하고 암과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 때문에 내부피폭이 훨씬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그중 특히 위험한 것이 음식물이다. 핵사고가 있는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방사능 피폭의 80%이상이 음식물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고 축적되기 때문이다.

넷째, 국내에 들어오는 수산물 안심할 수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여파로 일본산 수산물은 거의 대부분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고 러시아산도 위험범위에 들어왔다.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 중 하나인 명태는 한반도 근해에선 더 이상 잡히지 않는다. 대부분 일본과 러시아산이다. 거의 모두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생태든, 동태든, 황태든, 노가리든 구분없이 명태류는 절대 먹지 않는 것이 좋다.(명태를 이용하여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많은 어민들과 황태덕장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섯째, 일본산이 아닌 국내에서 생산한 경우도 위험한 것이 있다. 김익중 교수의 실험에 의하면 국내산 표고버섯도 대부분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국가 차원에서 정밀조사가 필요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일단은 표고버섯은 위험군으로 분류해야 한다.

따라서 일본산 농수산물과 표고버섯은 식탁에서 추방하여야 한다. 학교 급식이나 가정의 식탁에 오르는 음식물 중 일본산 농수산물과 국내외를 막론하고 표고버섯은 제외시켜야 한다. 일본산 농수산물의 범위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서 일일이 방사능 측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전체 농수산물로 규정하는 것이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격언이 있지만, 이 문제만큼은 아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백배 중요하다. 내가 앞에서 언급한 것은 이미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 아이들이 먹는 학교 급식에서 이러한 판단을 반영하여 식자재를 구입하고 식단을 짜서 급식을 하고 있을까? 각 가정의 식탁에서 방사능 위험이 있는 식자재를 추방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 대답하기 불편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그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우선 가정에서부터 실천하기를 권한다. 우리 아이들이 하루 한두끼는 집에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간식도 주로 집에서 먹는다. 가정에서부터 방사능의 위험을 배제시켜야 한다. 명태와 표고버섯 등 이미 확인된 방사능 위험 먹을거리를 제외시키자. 그리고 학부모 네트워크 등을 통해 방사능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교환하여 방사능 위험 식품군을 확인하고 추방하는 활동에 참여하자.

그 다음은 영향력의 범위에 있는 것으로 실천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부 생협에서는 표고버섯 등을 품목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많은 경우는 변화가 없다. 내가 속해있는 00생협의 경우도 표고버섯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나 또한 큰 문제제기 없이 나만의 실천에 머물고 있다가 최근에야 생협에 표고버섯을 제외시키자고 요청했다. 이제 생협이나 우리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마트 등에 표고버섯이나 명태 공급을 중단하도록 요청할 필요가 있다. 단골음식점에 명태의 위험성을 알리는 것은 어떨까?

가정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학교이다. 학교에서 제공되는 식자재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지 사실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학교의 식단을 확인하고 방사능 위험 식단을 추방하는 활동이 내 아이의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학교운영위를 적극 활용하면 식단을 조정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급식소위와 학교운영위 활동에 참여하거나 참여하는 분들과 논의하여 방사능 위험 식자재를 배제시키도록 결의하자. 전국단위로 학부모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방사능 위험 먹을거리를 추방하는 활동이 절실하다. 학교급식과 관련해서는 영양사들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일정한 범위에서 영양사들이 식단과 식자재를 조정할 권한이 있을 것이다. 식단을 짤 때 방사능 위험성 여부를 고려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조건이라면 학교 운영위나 학교 당국에 식단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이제 눈을 돌려 정책을 바꾸는데도 관심을 갖자. 방사능 기준치를 강화하고 정확한 데이터 축적하고 공개하도록 정부 등 관련기관에 요구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때 유력 대선후보 캠프에서 방사능 기준치를 대폭 강화하자는 논의가 진행된 적이 있다. 그 후보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적극 공감하고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결과가 달랐다면 방사능 위험이 많이 줄어들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에서 기준치를 강화하도록 각자의 영역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는 방사능 기준치 강화와 더불어 방사능 위험이 있는 먹을거리에 대한 정확한 조사를 하여 그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하여야 한다. 부모들과 시민사회에서 그렇게 하도록 적극 나서서 요구하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서도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에너지 전환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모든 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방사능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바로 탈핵과 에너지 전환이다. 또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가 계속 늘어나고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방사능의 위험도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흐름이 지역에서부터 활기를 띄고 있다. 곳곳에 에너지협동조합이 생기고 에너지자립마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은평지역에도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핵없는 세상,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마을, 에너지 자립을 위한 햇빛발전소와 에너지 절전소를 만드는 일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다. 


최승국(내가꿈꾸는나라 교육위원장/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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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의 자기혁신을 위한 노력은 물론이고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야권도 통합과 혁신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내년 총선과 대선의 흥행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이러한 흐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흔쾌하지만 않다. 정치권의 이런 논의 속에는 정치의 주인이 되어야 할 유권자는 보이지 않고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만 보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로서는 더욱 답답하다. 4.27 선거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나름대로 힘을 기울였지만, 선거 과정에서 필자를 포함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철저히 소외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선거가 실시된 4월,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는 누가뭐래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방사능오염문제였다. 사람들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채소와 생선을 먹어도 되는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또한 비가 오는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할지, 휴교를 요청해야 할지도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일상생활이 방사능 공포 속에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도 4.27 선거에서 원전의 안전성이나 방사능문제, 나아가 원자력위주의 에너지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결국 원전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임에도 선거 이후 국민들의 관심과 정치에서 멀어지고 있다.

 

원전만이 아니다. 4대강사업 현장에서 수십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고 곳곳에서 문제점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4대강사업이 중단되거나 속도가 조절되었다는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고 해당부처 장관이 사고의 원인을 개인의 실수로 돌리는 황당한 발언을 해도 그 책임을 아무도 묻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축산업을 한꺼번에 위태롭게 만든 구제역에 대해서도 분명 정부의 잘못이 있었음에도 이를 끝까지 추궁하고 대안을 마련할 국회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군에 의한 고엽제 불법매립도 시간이 좀 지나면 불평등한 SOFA협정을 이유로 책임자를 처벌하거나 손해배상을 받지 못한채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4대강이나 원전문제와, 구제역 등과 같은 환경현안에 대해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춘 정치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도 이같은 현안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이슈가 되고 표가 될 때만 움직이지 일상에서는 이들 이슈가 우선순위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에 녹색당’이나 녹색정치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 정치집단이 있다면 4.27 선거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을 것이며, 선거 이후에도 원전문제는 지속적으로 쟁점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은 독일의 예를 보면 분명하게 확인된다.

한국과 달리 지난 3월 27일 실시된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선거에서 원자력발전소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녹색당이 24.2%를 획득하여 사상 처음으로 주지사를 배출하였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엥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인 기민당의 텃밭으로 기민당이 주지사 자리를 내준 것은 무려 58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원전문제는 선거에서만 위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 선거가 끝나고 두달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독일사회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었고, 마침내 독일정부는 2022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완전히 폐기하기로 결정하였다. 만약 녹색당이나 녹색정치세력이 없었다면 이러한 역사적 전환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4.27선거와 독일 3.27선거에서 우리가 배워야할 분명한 교훈은 4대강사업이나 원전문제 같이 중차대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녹색정치 세력이 한국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죽임의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MB-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고 4대강의 생태계를 다시 복원시키는 데 대한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기 위한 정치적 일정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러한 일을 기존 정치권에만 맡겨둘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지금 녹색운동 진영에서 ‘녹색정치포럼’을 구성하여 내년 총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고 있다. 이들의 당면 목표는 당연히 4대강사업 심판과 4대강의 재자연화(생태복원), 그리고 탈핵사회를 만드는 것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총선에서 녹색진영을 대표할 후보를 낼 것이며, 녹색정치 그룹을 형성하여 지금과는 다른 정치를 열어갈 것이다. 물론 야권통합의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녹색정치세력이 독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녹색정치세력화는 지금 큰 틀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치구조 재편과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녹색정치 실험은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최승국(시민운동가/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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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에 있는 붉은 상처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이 상처가 왜 만들어졌는지, 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시나요? 이 고통을 여러분의 아이들에게도 물려주어야 할까요?


제가 이 상처를 평생 안고가야 하며, 매일 아침 약을 먹는 고통을 지고 가야하는 단 한가지 이유는 바로 체르노빌에 살았기 때문이랍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체르노빌에 살았고 1986년 4월 26일 핵발전소가 느닷없이 폭발했고 그 결과 죄없는 저는 갑상선 암에 걸리게 된 것이죠. 결국 수술을 해야했고 저는 평생 고통속에서 살아야 한답니다. 이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시나요? 저와 같은 고통을 겪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시나요? 여러분의 아이들에게도 이 고통을 물려주시겠습니까?

최근 이웃 일본에서 똑 같은 핵발전소 사고가 난 것을 보면서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저와 같은 고통을 겪을까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위 그림은 체르노빌 당사 방사능 피폭으로 갑상선 암치료를 받고 있는 15살 소년이 직접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은 이 소년만이 아니라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 위에 적은 글은 필자가 안드레이의 입장이 되어 작성한 내용이다. 아마 안드레이 본인이라면 더 가슴 절절한 글을 남겼을 것이다. 

일본발 방사능이 내일쯤 한국에 직접 상륙한다고 한다. 이미 전국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지만 정부의 주장처럼 세계일주를 한 후 극미량의 방사능이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동해를 직전하여 한국에 상륙한다니 방사능량은 결코 극미량은 아닐 것으로 본다.

이미 체르노빌 사고 당시에도 한국에 방사능 낙진이 떨어졌고 당시 한국에서 생산된 우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이 2000년대 초반에 갑상선 암에 걸린 경우가 상당히 보고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어떠할까?

정말 이같은 고통을  계속 만들어야 할까?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의 참상을 겪고도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이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해야 할까? 이제 이 어리석은 질주를 멈추어 세우자. 더 이상 안드레이와 같은 고통받는 아이들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

어리석은 원전위주의 에너지 정책을 중단하자. 신규 원전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낡고 위험한 원전은 당장이라도 가동을 중단시키자. 그리고 지혜를 모아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만들어 보자.

최승국 / 시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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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먹는 우유에는 방사성 물질 잔류량이 없을까? 내가 어제 동해안에서 먹은 생선은 안전한가?, ...,' 방사능 물질인 세슘과 요오드에 이어 제논, 방사능 은 등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다양한 방사능 물질이 국내 곳곳에서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하루도 쉬지 않고 보도되고 있고 그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그런데 방사성 물질 검출 소식과 함께 꼭 따라붙은 수식어가 있다. “방사능량이 극히 적기 때문에 인체에는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일본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한국은 걱정없다는 장담까지 한다. 과연 그럴까?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능 총량은 이미 체르노빌 사고때보다 더 많다고 한다. 체르노빌 사고는 원전 1기가 폭발했고 바로 콘크리트로 덮어버렸기 때문에 발생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반면 일본 원전은 4기가 폭발했고 한달 가까이 지속적으로 방사능 물질을 내뿜고 있다. 순간 방사능량은 체르노빌에 비해 적을 수 있지만 총량은 이미 체르노빌보다 많다.

 

그리고 체르노빌의 경우는 직접 피폭과 공기 중으로 노출된 것이 전부이지만 일본 사고의 경우 이와 더불어 바다를 통한 방사능 오염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당사국인 러시아(구 소련) 지역은 물론이고 유럽대륙까지 방사능이 날아갔으며, 안전하다고 장담하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한반도에도 방사능 낙진이 떨어져서 당시 국내에서 생산된 우유를 먹었던 사람들이 뒤 늦게 갑상선 암 등에 걸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비해 방사능 낙진을 우려해서 당시에 생산된 우유와 관련제품, 그리고 채소류 등을 모두 폐기했던 유럽에서는 갑상선 암의 이상 발생에 대한 보고가 없었다.

 

이번 일본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공기중으로 날아간 방사능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 한반도 전역에서 검출되고 있고 태평양으로 흘러들어간 엄청난 양의 방사능 물질은 해양오염과 더불어 해조류와 어류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사람들이 먹을 경우 방사능 오염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일본 원전사고가 나자마자 이 두가지 경우를 우려하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결국 안타깝게도 두 가지 모두 현실로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국내에서 검출되는 방사능양이 적으니 안심해도 된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아니 정부에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계속 안전타령만 해도 되는 걸까? 지금보다 적은 양의 방사능이 누출되었던 체르노빌 사고도 결국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체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미 지금 수준에서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훨씬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인체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근거를 갖고 하는 이야기인가?

 

나는 일본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공포를 굳이 국내에서 확산시키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이미 국민들은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일본 상황을 보면서 충분히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고 정부 이야기를 100% 신뢰하지도 않는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하는 국가의 책무에 관한 것이다. 어떤 상황속에서도 국가는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일본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도 국민들은 안심해도 좋다는 말을 할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치밀하게 계획하여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 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책이란 것이 후쿠시마 인근에서 생산한 농수산물의 수입금지 조치를 한 것 정도가 전부이다. 과연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만 위험할까? 태평양에서 잡히는 참치와 동해안 북쪽에서 잡히는 명태는 먹어도 좋을까? 동해바다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어떻고 해조류는 또 안심해도 되는가? 내가 좋아하는 생선회와 생태탕은 먹어도 되는가? 체르노빌 때 국내에서 생산된 우유에서 방사능이 나왔다는데 지금은 어떤가?

 

나도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위 질문 모두에 대한 위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이제 정부에서 이러한 국민들의 의구심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필요하나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어류와 유가공품, 채소류 등에 대한 방사능 물질 잔류량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국내에서 생산하는 우유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방사능 검사를 하기를 권한다.

 

더 이상 정부는 언론을 동원하여 방사능 오염에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지 말고 정부가 해야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금 강조한다.

 

최승국(시민운동가 / 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Posted by 최승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