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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사이에서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가 한참 높아가던 2013년 8월 초순,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방사능 위험은 과장되었으며 방사능 괴담을 유포하는 사람을 찾아서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정부는 9월 6일 방사능 오염에 대한 임시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특별대책의 핵심은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를 비롯해 이바라키, 군마, 미야기, 이와테, 도치기, 치바, 아오모리현 등 8개지역에서 생산하는 모든 수산물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요구하던 시민단체들은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의 특별대책 발표 이후 국민들이 느끼는 방사능 공포의 체감도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8개지역이 어디 어디인지, 예전과 지금의 차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와 닿지도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점은 이번 조치로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수입 식품에 대한 방사능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럼, 임시대책이 발표되기 전에는 어떤 상태였을까? 특별대책이 발표되기 이전에는 후쿠시마현 주변의 8개지역에서 생산되는 까나리, 대구, 민어, 산천어, 농어, 황어, 붕어, 잉어, 뱀장어 등 50개 품목의 수산물에 대해서 수입을 금지해 왔다. 그럼, 이 시기에 해당 지역으로부터 수입된 품목은 무엇이었을까? 정부 발표에는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없다. 짐작컨대 특별대책 발표전에도 해당지역으로부터 수입되는 수산물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정신 멀쩡한 사람이라면 핵발전소가 터져서 방사능이 계속 바다로 흘러드는 지역에서 수산물을 수입해서 유통하려는 엄두를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조치로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만한 일인가? 유감스럽게도 절대 그렇지 않다. <그림 1>의 세슘오염지도 및 <그림 2> 해양오염지도와 <그림 3>의 특별대책에 포함된 8개현을 비교해 보면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세슘오염지도는 세계적인 과학잡지 PNSA에 실린 일본 오염지도를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가 옮긴 것을 재인용한 내용이다.

이 지도를 보면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 열도 전체의 약 7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 이 오염은 적어도 300년은 지속될 것이고 도쿄를 포함한 파란색 안쪽은 고농도로 오염된 지역으로 최소 500년 이상 지나야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다고 김익중 교수는 예상했다. 무서운 사실은 이 고농도 오염지역이 남한 전체의 면적과 비슷한 규모로 일본열도의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만약 한반도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한다면 남한땅 전체가 고농도로 오염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 1> 일본열도 세슘 오염지도

<그림 2> 방사능 해수 영향 지도


그리고 <그림 2>는 ASR(http://www.asrltd.com)에서 작성한 <방사능 해수 영향 지도 : 후쿠시마를 기억하라(Remember Fukushima: Presenting The Radioactive Seawater Impact Map>이다.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 열도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되고 도쿄를 포함하여 일본 면적의 20%가 고농도로 오염되어 있는 상황이며, 해양오염은 일본 열도 동쪽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어류는 한곳에 머물러 있기보다 일정한 흐름을 갖고 이동을 한다. 그런데 일본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 곳은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이 고작이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조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것이다.



<그림 3> 정부가 수입금지 조치한 후쿠시마 인근 8개지역 지도 : 2013년 9월 6일, 정부는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모든 수산물 수입 금지조치를 내렸다.

실제 인재근 의원실에서 일본 수산청과 후생노동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개 현의 수산물과 26개 현의 식품에서 일본과 한국에서 정한 세슘137의 기준치를 훨씬 뛰어넘는 심각한 수치의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식약처에서 실시한 방사능 검사 결과 국내로 수입된 일본산 식품 중 방사능이 검출된 수산물은 홋카이도 지역과 도쿄도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 2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후쿠시마 인근 8개지역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는 너무나 미흡한 수준에 불과하다.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가장 현명한 조치는 일본산 수산물 전체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일본열도 동쪽에서 잡힌 수산물은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최승국(내가꿈꾸는나라 교육위원장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상임이사)


Posted by 최승국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일본 원전 사고가 생겼다고 원전 안되겠다고 하는 것은 후퇴하는 것”이라고 밝혀 그의 안중에는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원전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그가 원전 사고를 비행기 사고와 비교함으로써 그의 생각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비행기 사고율이 낮지만 치사율이 높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타지 말아야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비행기 사고와 원전사고를 비교하다니 이것이 말이나 되는 일인지 묻고 싶다. 물론 비행기 사고는 치사율이 높다. 그렇지만 비행기를 타는 것은 개인이 선택가능한 일이고 만의 하나 사고가 나도 대부분 비행기를 타고 있는 사람에게 국한된다. 다시 말해 비행기의 위험성은 있지만 개인이 그 위험성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를 탈 때 보험도 드는 것이다. 또한 비행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이에 반해 원전사고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스스로 그 위험성을 선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치유할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보게 되며, 피해 규모는 비행기 사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갖는다. 단지 원전 인근에 살았다는 이유로, 더욱이 원전이 들어서기 전부터 오래도록 살아왔던 사람들이 원전 사고가 나면 목숨을 잃거나 회복하기 어려운 방사능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원전으로부터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죽음의 땅으로 변하는 것을 우리는 후쿠시마를 통해 분명히 확인했고 그 피해는 원전 인근 지역을 넘어 한반도 전역이 될 수밖에 없음도 분명하다. 어디 한반도 뿐이겠는가? 이웃 중국과 일본 등도 피해지역이 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엄연히 다른데도 억지로 원전사고와 비행기 사고를 비교하는 것은 이 대통령이 얼마나 억지 주장을 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입장이고 보면 원전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를 포함한 원전 정책을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그 때문에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즉 더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를 짓지 말고 현재 가동중인 원전은 애초의 계약수명이 다할 때 까지만 운행하고 수명이 다한 원전을 서서히 폐기해 나가면 2040년까지는 원전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투자확대와 에너지 효율개선, 에너지 절약을 해 나간다면 원전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보았듯이 원전문제는 국민들의 생명이 달려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어렵지만 대안이 분명히 있는데도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한다면 이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더 이상 원전 도박을 중단하고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과 함께 에너지 정책 전환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Posted by 최승국

체르노빌 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다. 오늘이 최악의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사고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체르노빌 피폭자 중에서 암과 백혈병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사고지역은 여전히 죽음의 땅으로 버려져 있으며 괴물 메기 등장과 같이 생태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 휴유증은 계속되고 있지만 한동안 우리들은 체르노빌을 잊고 지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다시금 체르노빌의 기억과 현재를 더듬고 있다.

 

체르노빌의 휴유증은 해당지역은 물론이고 8,000km나 떨어진 한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은 체르노빌이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지내고 있다. 그러나 분명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낙진이 한국에도 떨어졌고 이로 인해 당시 어린이였던 사람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갑상선 암에 걸리는 등 고통을 당하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인해 국내에서 갑상선 암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분명 논쟁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객관적 통계를 놓고 보면 체르노빌로부터 날아온 방사능 물질(요오드)로 인해 국내에서 암환자가 증가했다는 것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2002년 기준으로 볼 때 국내 갑상선 암환자 발생률은 체르노빌 피해 당사국인 벨로루시와 비슷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 1위였던 미국을 초월하였다.

 

또한 200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 입원환자수가 2002년 6,312건에서 2004년 12,054건으로 거의 두 배 가량 증가하였다. 이 수치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의 갑상선 암환자 평균 증가율 약25%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이다. 당시의 이같은 갑상선 암발생률 증가는 방사능과의 연관성을 제외하면 납득할만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검사장비의 발달로 인해 갑상선암 조기 발견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조기 검진으로 암환자가 늘어난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이것만으로 특정기간에, 그것도 특정 연령층에 갑상선 암이 집중 발병한 것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조사당시(2004년 전후) 20∼30대 젊은 여성암환자 중 갑상선암 비중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당시 20∼30대 인구가 체르노빌 사고 당시 청소년 및 어린이들로서, 그만큼 신진대사가 활발하여 방사성 요오드에 의해 갑상선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체르노빌 사고 이후 태어나 그만큼 방사능 피폭이 적은 세대인 2004년 당시 15세 이하 암환자들 중 갑상선암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나는 여기서 체르노빌 사고로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갑상선 암환자가 발생했는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다만 체르노빌 수준(국제 원전사고 평가등급 7레벨)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는데도 한국정부를 비롯한 국내의 대응 수준이 너무나 안이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후쿠시마 사고는 체르노빌과 달리 순간 피폭량이 적고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방사능을 내뿜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진행형이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심각한) 방사능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두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도 정부 당국은 한반도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이제까지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국민행동 수칙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한반도에서도 연일 방사능이 검출되었고 국내산 시금치와 상추와 같은 야채는 물론이고 고등어와 삼치 같은 어류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어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는, 한국은 안전하다는 말은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때도 정부에서 똑같이 했던 말이다. 당시 과학기술처는 아직 방사능 낙진이 이동하고 있는 시점인 5월 1일 기자회견을 열어 단순히 “빗물에 방사능낙진이 없으니 안심하라, 우리나라는 별 피해가 없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이 적절히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또한 5월 5일 충주 관측소에서 빗물 중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된 뒤에도, 가장 주의해야할 우유와 야채 등의 섭취, 특히 학교 급식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 없이 “빗물을 마시지 말라”는 등 현실성 없는 지침만 내렸을 뿐이다.

 

체르노빌 사고 후 방사능 낙진에 대한 조사 역시 매우 부실하게 진행되었는데, 당시 정부는 11개의 관측소에서 주로 빗물에 대한 조사만 벌였을 뿐, 우유에 대한 조사는 충주, 대전 등 불과 2개 지역에서 각각 5월 6일, 12일 한차례씩만 진행하였다. 기타 채소에 대해서는 서울, 충주, 대전 등 3개 지역에서 역시 각 한차례씩만 조사되었고, 공기 부유진도 대전 1개 지역에서 한차례만 조사하였다.

 

반면 사고지점에서 우리보다 더 멀리 떨어진 일본은 체르노빌 사고 직후, 30개현을 포함 총 35개의 관측소에서 빗물뿐만 아니라 우유, 채소, 식수 등에 대한 체계적 오염조사를 벌였다. 특히 일본은 방사능 낙진이 일본에 처음 떨어진 5월 5일 전후부터 6월 5일경까지 약 1개월간 35개 지역 중 30개 지역에서 우유에 함유된 요오드-131의 오염수준을 조사하였다. 또한 일본 정부는 같은 기간 토양에 대한 조사를 벌여 약 20가지의 방사성핵종을 검출하였다.

 

원전의 대형 재난 시 각국 정부들이 공공 안전을 위해 가장 우선하는 조치들은 방사성 요오드의 갑상선 축적을 막기 위해, 잠재적 낙진 확산지역에서 요오드 대체제(요오드화 칼륨, potassium iodide)를 지급하는 것이다. 요오드 대체제를 복용하게 되면 충분한 요오드를 축적한 갑상선이 방사성 요오드 등으로부터 보호되기 때문이다. 또한 방사성 요오드의 주요 축적경로인 우유의 음용을 자제하도록 당부한다.

 

실제로 구소련과 인접해있던 폴란드의 경우 사고가 알려진 직후 약 1천8백만명의 국민들에게 요오드 대체재를 지급하여 방사성 요오드의 갑상선 축적을 방지하였다. 또한 그 이후에도 국민들에게 우유나 채소류 등의 오염가능 식품 섭취를 삼가도록 당부하였다. 폴란드는 벨로루시, 우크라이나 등 체르노빌 피해당사국들과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여 년간 갑상선암 발생률이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이 밖에 스웨덴을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도 체르노빌사고 직후 국민들에게 요오드 대체재를 지급하고 음식물 섭취에 대한 주의지침을 제공하였다. 이 지역에서도 갑상선암이 다른 암에 비해 특별히 상승하지는 않았다고 보고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직후 미국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자 약국에서 요오드를 사재기하던 모습이 단순히 지나친 호들갑이라도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게 사실이다.

 

어쨌든 일본과 유럽에서 체르노빌 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에 비교적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한데 비해 한국정부는 무사안일로 방치하다 결국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국민들에게 입히게 된 꼴이다. 그런데 똑 같은 안타까운 일이 25년이 지난 한국에서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로부터 가장 인접한 국가인 한국에서 제대로 된 대응계획을 세우기보다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러다 체르노빌의 경험처럼 또 다시 우리 국민들이, 우리 아이들이 10년 후 갑상선 암에 걸리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 무능한 정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우리 자신과 미래세대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일본에서 핵사고가 일어난지도 벌써 한달 반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후쿠시마의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우리 국민들 머릿속에서는 후쿠시마에 대한, 아니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생각과 긴장감이 조금씩 옅어져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 25주년이 되는 오늘을 되돌아보면 과연 후쿠시마에 대한 우리들의 망각이 이대로 진행되어도 좋을 것인지 되새겨 보아야 할 문제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얻을지는 우리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Posted by 최승국

4월이다. 들판에 오색창연한 봄꽃들이 만발하였지만 올해는 꽃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바깥 나들이를 가는 일이 두렵게 되었다. 봄비 소식에 즐거워야 할 농부들의 마음 한켠에선 방사능을 실은 비가 내려 애써 가꾼 채소농사를 망쳐버리지는 않을까? 또 올해 농사를 안전하게 지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빗속을 즐겁게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은 방사능 공포로 우비와 마스크로 중무장을 하고 총총걸음으로 집안으로 사라져 가야 하는, 드물게 가슴 아픈 봄날이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되었을까! 한숨섞인 자조가 흘러나온다.


그러는 가운데 지구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4월 22일이 바로 그날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생각하기 위해 지구의 날을 정하고 기념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40년이 넘었지만 올해 맞는 지구의 날은 유난히 지구에게 미안하다. 곳곳에서 ‘어머니 지구’가 고통으로 신음하는 소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는 애써 자연현상의 하나로 치부하고 싶지만 쓰나미와 동시에 폭발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보면서 어쩌면 자연이 인간의 오만함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는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돌이켜보면 인류가 걸어온 최근의 삶의 모습은 한마디로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인간이 지구를 정복과 이용의 대상으로만 생각했지 인간이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그래서 자연이 망가지면 인간 또한 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자연스러운) 사실조차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자연을 파헤치고 에너지를 낭비하고, 또 다른 생명을 함부로 빼앗는 일을 오히려 자연스럽게 치부하고 살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백두대간이 신음하고 있고 도심의 허파역할을 하는 녹지는 간데없고, 4대강사업으로 우리가 마실 물조차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야생동식물들은 보금자리를 잃고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고 자연스럽게 순환되어야 할 생태계는 순환고리를 잃고 거대한 쓰레기더미로 변해가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도심의 불빛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북극의 얼음이 녹아내리고 지구의 온도는 서서히 높아져 이제 인류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 3월 일본에서 대지진이 있기 전에도 이미 지구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몸부림을 우리에게 보여주었었다. 2004년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쓰나미가 그 서막이었고 2005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자연의 재앙이 문명이 덜 발달된 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일본열도를 흔들고 전세계를 방사능 공포에 몰아넣은 일본 대지진과 원전폭발이 일어났다. 물론 그 사이에도 지구의 비명소리는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폭설과 폭우, 그리고 이상 기온으로 전해졌지만 인류는 애써 이것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실시간으로 인류와 뭇생명들을 위협하는 방사능 공포를 보면서도 아직도 원자력 안전신화를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인류는 정말 구원 가능한 존재일까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러나 나는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수천, 수만년의 역사를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그 ‘오래된 미래’가 바로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제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생활방식을 되돌아 볼 기회를 만들어 보았으면 한다. 조금만 욕심을 내려 놓는다면, 조금만 불편함을 참을 수 있다면 우리는 지구의 날 ‘어머니 지구’를 기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앞으로도 오래도록 어머니 지구의 숨소리를 들으며 행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작은 실천은 생활속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것에서부터, 뭇 생명들의 목숨을 나의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내려놓는 것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지구의 날은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오래된 미래를 생각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Posted by 최승국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일어나고야 만 것일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한달만에 일본정부는 사고 원전에 대해 국제원전사고 평가등급의 최악의 상황인 7등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피난 구역을 확대하기로 하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의 경우 자연재해인 쓰나미로 인한 전원공급 중단이 1차 재앙의 원인이지만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서 재앙을 키운 인재인 측면도 크다. 만약 일부 전문가와 환경운동가들의 제안대로 사고 초기에 원자로 자체를 콘크리트로 덮어 밀봉을 했다면 지금과 같이 공기와 바다로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고 등급도 5단계에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와 원전 관계자들이 이러한 근본적 처방을 피한 것은 원전 폐기에 따른 수십조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에 대한 부담과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과다한 원전 안전신화 때문이었다. 결국 일본 정부와 원전당국은 일본 국민들의 생명을 걸고 위험한 도박을 한 셈이다. 그리고 결국 도박에 패해 막대한 비용손실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방사능 공포로 몰아넣고 말았다. 후쿠시마 일원은 결국 죽음의 땅으로 변해 버렸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원전에 대한 안전불감증은 비단 일본만의 일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만약 한국에서 원전사고가 났다면 어떻게 했을까? 일본보다 현명하게 원전을 폐기하고 사고의 확산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대답은 안타깝게도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정부와 한수원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일본보다 낳은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 정부와 한수원 관계자들의 원전의 위험성에 대한 안전 불감증은 이미 도를 넘어서 있고, 한국형 원자로에 대한 과도한 안전신화는 이미 하나의 신앙처럼 되어 버렸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원전 사고 이후 한국 원자력이 일본 것보다 100배나 더 안전하다고 한 말에서 잘 보여지고 있다. 그리고 과거 한국의 원전에서 길로틴 파단사고와 방사능 누출 사고 등 640여건의 크고 작은 원전사고가 발생했지만 이를 즉각 공개하지 않고 은폐해왔던 경험을 통해 본다면 한국에서 만약 원전사고가 난다면 일본보다 더욱 치명적인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문제를 점검하고 감시할 객관적인 기관조차 하나 없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그 책임을 지고 있지만 이곳은 정부와 한수원의 영향하에 있다. 이곳은 원자력의 안전문제를 감시하기보다 원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이 최근 일본 사고 이후 그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후쿠시마를 통해 우리는 한달동안 안전한 원자력(핵)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았다. 남은 과제는 우리의 판단과 결단의 문제이다. 단 한번의 사고로 자국은 물론이고 전세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핵사회로부터의 탈피가 필요하다. 물론 한꺼번에 이루어질 수는 없다. 한국에 있는 21개의 원전을 모두 중단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능한 것부터 결단하고 샐행에 옮기자. 우선은 위험도를 높일 수 있는 신규원전 건설계획부터 백지화해야 한다. 다음은 30년 이상된 노후 원전에 대해서도 가동중단과 폐기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현재 가동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중립적인 감시 기구를 만드는 등 안전장치를 강화하여 운행하고 일정한 시점이 되었을 때 원자력(핵)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의 개발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어떤 결정이든 고통과 비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국토를 후손들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처럼 방사능에 오렴된 죽음의 땅을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더 이상 원자력 안전신화를 고집하지 말고 이제 결단을 내리자. 그것이 사고 한달만에 최악의 등급인 레벨7로 격상된 일본 원전사고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이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Posted by 최승국

일본에서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20일이 지났지만 아직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방사능 공포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평소보다 10만배에 이르는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우유와 채소는 물론 지하수까지 방사능에 오염되어 일본 시민들은 안전한 마실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리고 방사능 물질은 일본열도는 물론이고 한국을 포함하여 전세계 곳곳에서 검출되고 있다.

 

이제 한국이 방사능의 안전지대라든지, 방사능 검출량이 적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인다. 바람의 방향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정부당국의 이야기와는 달리 시베리아 상공을 거쳐 한반도 곳곳에도 이미 방사능이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원전에서 나오는 공포의 방사능은 점점 농도가 짙어지고 있다. 또한 한국 원전은 일본 것보다 더 안전하다는 주장도 웃음거리에 불과하다.

 

기왕에 발생한 폭발사고도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인류는 일본 사고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일본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한국은 이번 참사로부터 어떤 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것인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원전 안전신화의 허구성과 에너지 정책의 대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노후 원전 가동중단, 신규원전 계획 백지화,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 탈피 등 그간 녹색운동 진영에서 숱하게 제기했던 내용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고 말만 요란하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 또 잊혀질 것이고 우리는 또 다른 대형 사고를 당해야만 그 때 실천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엄청난 대참사로부터 분명한 교훈을 얻고 그 교훈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원전 폭발 참사로부터 제기된 수많은 교훈 중 나는 정부와 시민들이 한가지씩만이라도 우선 실행에 옮기길 제안한다. 한꺼번에 다 하자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나씩 해 보다보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고, 그 다음단계로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제일 쉬우면서도 지금 하지 않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것부터 시작하자. 그것이 바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 중단’이다. 다른 정책들은 조금 시간을 갖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새로 발전소를 짓기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원전 사고의 위험을 그만큼 증가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원전 사고를 보면서도 신규 원전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도 문제이지만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다면 남아있는 소들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일본의 참사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어쩌면 하늘이 우리에게 준 소중한 기회, 즉 천재일우의 기회인 셈이다. 이 기회를 결코 헛되이 버리지 말자.

 

정부에서 원전 건설계획을 철회하고 이에 따라 혹 부족할도 모를 에너지는 다른 대안 모색과 더불어 전 국민 모두가 ‘에너지 절약’에 조금씩 더 신경을 쓰는 것이다. 가장 평범하고 어쩌면 진부해 보이지만 에너지 절약과 효율제품 사용이야말로 제 3의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효과를 가져온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절약 잠재량은 전체 에너지의 30%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면 단 한기의 원자력 발전소도 더 짓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지금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 영덕 지역이 신규 원전 후보지로 거론되면서 심각한 지역갈등에 휩싸여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지역 주민들이 불안하긴 해도 정부의 말을 믿고 원전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삼척 등을 방문해서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 사람들은 정부에서 일방적인 안전성만 홍보한 것에 대해 속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이어진 원전폭발 사고를 보면서도 쓰나미에 가장 취약한 동해안에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려는 정부당국에 대해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제 더 많은 후회를 하기 전에 신규원전 건설계획부터 중단하고 더 현명한 대안을 논의해 보자.

최승국 / 시민운동가


Posted by 최승국

서울 등 전국 12개 방사능 측정소 모든 곳에서 방사능 요오드 검출

일본에서 원전 폭발로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원자력 관계자는 앵무새처럼 한국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런데 동해안에 이어 서울을 포함하여 전국 12개 측정소 모든 곳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이제 정부는 뭐라고 말할까? 아마 방사능량이 극소량이니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하겠지! 그럼 다음은 뭘까? 방사능 수치가 높아지면 정부는 뭐라고 말할까? 한국사람은 특이 체질이라 방사능에 노출되어도 피해가 없다고 말할까?

 

나는 이미 일본에서 쓰나미가 발생하고 원전이 비상 가동 중단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한반도에도 일본 방사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표한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원전 당국자는 이를 부정하고 심지어 방사능 위험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아 단속까지 벌이는 해프닝을 연출하였다.

 

그런데 이제 강원도에서 핵분열에 의한 방사능 물질인 제논이 검출되고 서울에서 요오드가 검출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정부에서는 바람의 방향만 믿고 한반도는 안전하다고 했다. 그런데 방사능이 시베리아 상공을 우회해서 한반도로 유입되고 있다는 신빙성 있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니 이 또한 정부의 예측이 완전히 틀린 셈이다. 결국 일본에서 발생한 방사능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 한반도에 오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동북을 경유해서 짧은 거리로 한반도로 날아오는 것이고 그만큼 방사능 잔류량도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방사능 검출과 관련하여 ‘극미량’이란 생소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인체에 무해하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이를 신뢰할 수 있을까? 더구나 정부에서는 강원도에서 검출된 제논을 검출을 확인하고 5일만에 언론에 알린 것도 그렇고, 서울에서 발생한 방사능에 대해서도 내용을 감추고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에서 방사능 누출 농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결국 한반도에 날아오는 방사능량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 정부는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한국 사람들은 특이 체질이라 방사능에 피폭되어도 안전하다는 괴변을 늘어놓지 않을지 걱정이다.

 

이제 정부는 바람의 방향이 어떻다느니, 방사능양이 위험 수준이 아니라느니 하는 안이한 말만 늘어놓지 말고 본격적인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수립하는 안전대책이란 만의 하나를 대비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방사능이 일정 수준 이상 검출되었을 때 국민들의 행동지침을 마련하여 제대로 홍보하여야 한다. 또한 한국에서 정말 만의 하나 쓰나미나 원전 사고가 났을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이 기회에 치밀한 지침과 대책을 마련해 두어야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국가의 제1과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더 이상 안전타령으로 국민들을 속이지 말고 방사능과 원전의 위험성을 정확히 알리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Posted by 최승국

‘동해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청정해안과 해수욕장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생활에 찌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식을 찾는 곳이 바로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안 지역이다.

 

그런 동해안 지역이 또 다시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 유치여부를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에 휩싸여 있다.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강원도 삼척을 찾았다.

 

삼척 시내에서 가장 먼저 나를 맞아주는 것은 원자력발전소 유치를 찬성하는 현수막이었다. 역시 삼척은 일본 원전 폭발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찬성 여론이 높은가 보다 싶었다. 삼척을 지나 후보지인 근덕면 덕산 해수욕장을 찾았다.

 

근덕면 소재지가 있는 곳엔 원전유치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제법 많이 걸려 있었다. 원전 유치로 지역발전이 생긴다면 근덕면민들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텐데 가장 가까운 근덕에서 반대여론이 활발하게 나오는 것을 보니 주민들에게 지역발전과 보상 논리가 별로 효과적으로 먹히는 것 같진 않았다.

 

덕산 해수욕장 일대를 둘러보았다. 몇년만에 와보는 근덕(맹방, 덕산) 해수욕장이다.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주변의 집들은 예전보다 더 낡아 보였다. 지역의 낙후성이 원전과 같은 골칫거리라도 받아들이겠다는 논리가 먹히는 것 같다. 원전과 같은 위험 시설이 아니라 청정 동해안에 맞는 제대로 된 발전 전략이 절실해 보인다.  

어쨌든 다시 보아도 동해안은 정말 깨끗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 이곳은 내가 태어나서 중학교 때까지 자란 곳이다. 중학교때는 매년 소풍을 이곳 해수욕장 인근의 솔밭으로 오곤 했었다. 어렴풋이 30년도 훨씬 지난 추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고향을 지키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동해안이 핵발전소 건설로 버려진 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져 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핵발전소만은 막아내야 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일본에서 핵발전소가 폭발한지 보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전세계는 방사능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동해안에 핵발전소를 기어이 만들겠다는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국은 안전하다고, 한국 원전은 안전하다고..., 누가 이를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사고의 위험이 없다고 치더라도 이 아름다운 동해안에 핵발전소를 들여놓아야 할 것인가? 핵발전소가 들어오면 청정 동해안의 이미지는 완전히 무너지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도 발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발전소 후보지인 덕산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하천인 마읍천에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하여 많은 보호종 어류들이 살고 있다는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이들의 운명은 인간의 욕심에 의해 또 어떻게 변할까?
 

내 손에 있는 소중한 가치는 인지하지 못하고 불확실한 이익을 쫓아 이 땅과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미 10여년 전에 삼척 시민들은 지금과 똑같은 상황에서 아름다운 동해안과 고향을 지키려는 선택을 했던 역사를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몇 일동안 삼척에 머물면서 지역주민들의 밑바닥 민심을 확인해보니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핵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여론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만 삼척 시장이 나서서 유치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어서 드러내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 뿐이란다. 

오는 4월 4일 저녁 6시 30분, 삼척시 대학로 공원에서 처음으로 핵발전소 반대 미사 및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이날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마음을 보여줄 것이라 한다.  그리고 4월 27일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원전유치를 반대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으로 이곳 사람들은 마음을 모으고 있다. 청정 동해안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이 조용히 확산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최승국(시민운동가/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Posted by 최승국

전세계인이 일본 핵발전소 폭발사고에 따른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국내 원전정책, 특히 신규 원전 건설여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신규원전 유치신청을 한 곳은 공교롭게도 지진이나 쓰나미 위협이 가장 높은 동해안의 삼척, 울진, 영덕 지역 등이다. 필자는 어제부터 강원도 삼척에 내려와 지역사람들을 만나고 지역 대책위 활동을 돕고 있다.

                            <삼척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핵백지화대책위 사무실에 걸린 현수막> 

내가 삼척에 내려와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과 직장인들이었다. 이들은 원전 유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를 전후해서 입장의 변화는 없을까?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표면상으로는 삼척시민들 96%가 원전유치에 찬성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과연 밑바닥 민심은 어떨까? 내가 처음 점심을 먹으면서 식당 주인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원전 유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돌아온 대답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유치에 찬성한다고 하였다. ‘역시 찬성여론이 높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몇 곳을 더 방문하여 아예 자리를 틀고 앉아 똑 같은 질문을 했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주민들을 포함해서..., 이후 만난 분들의 대부분은,

                  <시내 곳곳에 빼곡히 걸려있는 원전 유치 현수막, 재경삼척시민회도 있네요. 나도 삼척이 고향인데 '난, 원전 유치 반댈세!>

“원전유치, 그거 미친 짓이여! 아, 일본 사고 못보았어요. 나 살자고 자식들 미래 다 망치는 짓이라고...,” “96%가 찬성한다고? 그걸 믿어요. 다 짜여진 거짓말이야. 순 엉터리 조사를 했고 명단에 있는 사람 중 이미 죽은 사람도 있어요. 지금 조사하면 대다수가 반대할거야!”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그럼 사고 전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지역에 경제 기반이 강한 상인들은 당분간 장사가 잘 될테니 유치에 찬성하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반해 공무원들과 농사를 짓는 분들은 처음부터 원전유치를 반대했다고 한다. 어쨌든 지금은 상당히 높은 비율의 시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리고 알려진 여론과는 달리 일본 핵발전소 사고 전에도 전체 주민들의 절반정도는 내심 원전유치에 반대하고 있었다고 자신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삼척시장이 워낙 강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에 대놓고 반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 원전 반대운동을 할때는 적어도 시장이 중립이거나 암묵적 반대였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시장이 유치를 앞장서고 있는 입장이라 시장에게 찍히는 것이 두려워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여전히 찬성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시내에 있는 한 은행에 들려 부지점장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보았다. “제가 객지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고향에 왔는데 삼척이 꽤 시끄럽네요. 부지점장께서는 원전 유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물었더니 그는 “걱정이 되긴 하지만 안전문제는 정부에서 장담하니 그래도 유치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라며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핵백지화대책위 회의장면> 

이후 지역 정치인 몇 명과 공무원, 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핵백지화위원회) 관계자 분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핵백지화위원회 분들은 강하게 주민투표를 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90%이상이 찬성한다는데 투표하면 불리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이 나왔다. 장담컨대 70% 이상이 반대투표를 할 것이라 했다. 근거가 있냐고 물었더니 지역공무원, 천주교와 불교신자들, 시내에서 떨어져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 대부분은 반대 의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모 정당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반대가 더 많이 나와서 공표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이틀동안 삼척에서 느끼고 있는 여론은 적어도 핵발전소 유치를 찬성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이렇듯 삼척시민들은 지난 20년간 끌어왔던 원자력과의 긴싸움속에서 여전히 갈등과 분열속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은 이미 1999년 원전 반대 싸움에서 승리하여 지역에 원전백지화 기념비까지 세웠다. 그 내용을 아래에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원전 백지화 기념비>

 

“근덕 면민은 결사의 투쟁으로

덕산 원전건설 계획을 백지화하였다.

애향의 열정과 살신의 각오로

청정해역과 수려한 강산을 지켰다.

 

이 승리의 기쁨을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물려주신

조상에 바친다.

우리의 반핵의지를

이 땅을 지켜갈 후손에 계승한다.

 

이로서 우리는 8.29공원을 조성하여

기념탑과 기념비를 세우고

향토 사랑의 큰 터로 삼고자 하나니

삼척과 근덕인의 번영과 영광이

이 비와 함께 영원하리라!

 

서기 1999. 11. 28”

 


Posted by 최승국

한국에서 지진이나 쓰나미로 인한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보상을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전액 배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비용은 원전건설비용에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자력 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지나치게 싸게 평가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지 10여일이 지나고 있다. 전세계인들은 방사능 공포와 더불어 원전사고로 인한 피해액이 얼마나 되며 누가 보상해야 하는지로 관심이 옮겨지고 있다. 이번 사고 피해규모는 최소한 1조엔(한화 14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이며 현행법률상 일본 국민들의 호주머니(세금)에서 고스란히 나갈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도쿄전력이 보험을 들어두었긴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지진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 판단으로는 도쿄전력에서 상당량에 해당하는 부분을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으로 부담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이 경우에도 보험회사의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한국에서 사고가 나도 마찬가지이다. 지진이나 쓰나미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그 규모가 얼마나 되든 피해보상은 전력회사나 보험회사가 아닌 국가에서 책임을 지도록 한 면책규정 때문이다. 결국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이익은 전력회사(한국의 경우 한수원)가 챙기고 피해가 발생하면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게 되는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상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이번처럼 자연재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해배상 규모가 현실적인 금액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이 원전사고가 한번 발생하면 그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한국정부가 규정하고 있는 원전사고의 보상한도는 원전단지당(분명히 하자. 원전 1기당이 아닌 한 단지당: 우리의 경우 보통 6기가 한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고작 500억원에 불과하다. 일본 사고에 비추어보면 260분의 1밖에 안되는 액수이다. 결국 원전 자체의 문제로 사고가 나더라도 전력회사 또는 보험회가가 책임지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피해배상은 납세자들이 낸 세금에서 충당하도록 되어 있다.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그 피해의 심각성과 규모가 다른 어떤 사고보다 심각한 핵발전소의 경우 왜 이런 황당한 배상 제도가 있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원자력 발전소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 즉 안전성의 문제에 있다. 원전은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분명히 사고의 가능성이 있고 그 규모가 전력회사나 보험회사가 감당할 수 없을만큼 크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회사에 부담하게 되면 아무도 원전 건설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원자력을 장려하기 위한 수단으로 궁여지책으로 책임의 한도를 정해준 것이다. 그리고 자연재해에 의한 경우는 그마저도 면제해 줌으로써 원전 건설업자의 부담을 대폭 들어준 셈이고 그 결과 국민들의 부담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그럼 다른 나라도 사정이 똑 같을까? 물론 아니다. 자연재해의 경우 배상책임을 예외로 하는 것은 한국과 똑 같지만 원전 운영상의 문제나 인재에 의한 경우는 피해배상 규모가 한국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앞에서 밝혔듯이 한국은 500억원을 상한선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웃 일본의 경우 1,200억엔(약 1조6천억원)을 상한선으로 하고 있고, 영국은 12억유로(약 1조9천억원), 독일은 25억 유로(약 4조원)로 상한선을 두어 그 피해책임을 무겁게 물고 있다.

 

그만큼 한국은 원자력 산업에 대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큰 특혜를 주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국민들의 부담이 큰 것이다. 만약 사고 대응 비용을 제대로 계상한다면 원자력 발전 단가는 지금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고, 이번 글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지만 수명을 다한 발전소 폐기비용까지 더한다면 그 비용은 지금보다 3배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 물론 정부와 원전당국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원전 사고 가능성은 없다고 믿고 싶기 때문에....,

 

하지만 현실은 1백만분의 1이라던 일본 원전의 사고 가능성이 결국 1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한국도 원전 사고에 대응한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하고 그에 대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제 원전의 안전성 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는 원전의 피해배상책임, 핵폐기물 처리 대책과 그 비용까지 꼼꼼하게 따져서 핵에너지가 우리사회에 그래도 이익이 되는지를 따져보아야 할 때가 되었다.

 

최승국(시민운동가/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Posted by 최승국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로 발전소 인근의 방사능 오염은 물론이고 우유와 채소에까지 방사능이 오염되는 등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바로 원전폭발을 막기 위해 엄청나게 퍼부은 물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바다로 흘러들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해를 포함한 태평양의 심각한 오염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원전은 일상으로 가동될 경우에도 원자로를 식힌 물인 온배수가 바닷물로 흘러들어가 원전 인근의 바다는 방사능 오염 논란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 경우는 방사능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상태라 안전하다는 것이 원전 당국의 일관된 주장이었다.(물론 많은 이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원전 주변은 순간적으로 정상치의 6,600배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된 바 있다. 아마 발전소 안은 더 심각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오염물질에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매일 수천톤의 바닷물을 지상과 공중에서 살포해대고 있고 그 물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 것이다.

그리고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바닷물 오염에 대해 아무도 점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태평양은 우리가 먹는 수산물의 많은 부분이 잡히는 곳이다. 때문에 대기중으로 흘러간 방사능만으로도 이미 전세계인들이 즐겨먹는 회를 비롯한 해산물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인데 그보다 직접적이고 심각한 방사능량이 바다로 직접 들어가고 있으니 현실은 우려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내가 일하고 있는 녹색연합을 포함한 환경단체들은 핵발전소 문제를 제기하면서 발전소 인근의 해수가 온배수에 의해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그때마다 정부와 원전 당국은 아무 이상없다고 했지만 이번은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끔찍한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기가 막힌 상황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래도 원전은 안전하다고, 한국은 걱정없다고 정부가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정부 당국은 방사능이 바다로 흘러가도 태평양 물이 워낙 방대한 양이니 그깟 오염 물질 정도는 가볍게 정화시켜 줄 것이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바닷물 전체의 방사능 농도는 미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질을 물고기나 해조류가 섭취하고 그것을 체내에 축적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먹는다면 인간은 과연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잘 아시다시피 방사능의 반감기는 세슘이 30년, 플로토늄은 2만4천년에 이른다.

나는 지난해 말부터 구제역 상황을 보면서 육식(고기류)을 먹지 않기로 했다. (육류가 오염되었을 것이라는 생각보단 나부터라도 육류섭취를 줄여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니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은 피하고 싶다.) 하지만 워낙 해산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고기까지 끊지를 못했다. 아니 그럴 생각은 지금도 없다. 그런데 이젠 회를 포함해서 해산물을 식단에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내 의지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 낸 엄청난 재해때문에 말이다.  이 걱정이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Posted by 최승국

일본 핵발전소 폭발로 위기가 나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이 일본에 있는 자국민의 안전대책과 더불어 자국에서 운영 또는 계획 중인 핵발전소(원전)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한국도 뒤늦게 후쿠시마 인근 80킬로미터 내 한국인 대피 및 국내 20년 이상 노후된 원전에 대한 긴급검검에 들어가는 등 대응책을 내 놓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한국의 대응은 너무 늦고 또 안일하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가장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국내 원전 대책이다. 한달 정도 기간동안 전체 원전에 대한 점검을 하되 노후 원전에 대한 정밀 점검을 하겠다는 것은 일상적인 대응 수준일 뿐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이 극도로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놓을 적당한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 독일이 이미 30년 이상된 노후 원전에 대한 가동 중단을 선언하였고 중국과 영국, 벨기에 등이 신규핵발전소 건설 계획을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본도 원전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노후 발전소 중단도, 신규 건설계획 백지화도 어느 것 하나 담겨있지 않다.

 

일본 핵발전소 폭발로 인한 위기감이 제대로 전달되었다면 최소한 이미 30년이 지난 고리원전 1호기는 가동을 중단한 상황에서 안전점검을 실시하여 원전 폐쇄여부를 결정하고, 곧 30년 수명만료가 되는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해서도 수명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발표가 있어야 했다. 또한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가장 크게 우려되는 삼척, 울진, 영덕 등에 계획 중인 신규 핵발전소 건설계획을 즉각 백지화 선언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핵발전소 위주의 정책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누차 확인하는 등 원전의 안전불감증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전세계가 위기감을 갖고 있는데 한국만 안전지대를 보장받은 듯 평상심을 유지하는 신기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내 한국인 및 교민들에 대한 대책도 미흡한 수준이며, 국내로 들어오는 승객과 화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도 형식적 수준에 거치고 있다. 일본에서 들어오는 승객에 대한 검사는 인천, 김포, 부산에만 방사능 검사대를 설치하여 조사하고 있고 제주나 대구공항 등은 무방비로 있다. 검사대가 있는 경우도 원하는 경우에 한해서 조사를 하고 있으니 입국하는 승객이나 화물의 방사능 피폭여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체 여객과 화물에 대해 조사가 어렵겠지만 적어도 일본에서 들여오는 모든 사람과 화물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라 생각한다.

 

또한 한반도에서의 방사능 및 핵발전소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책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필자가 몇 차례 이에 대해 지적한 바 있듯이 한국은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며, 일본 발 방사능이 한국으로 넘어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해 두어야 하며, 국민들에게 위기 대응 지침도 배포하고 대응훈련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반도는 안전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 뿐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다 바람의 바람이 바뀌어 방사능 낙진이 한반도에 떨어지거나 일본 서쪽 바다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한국은 그야말로 대재앙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아직도 시간은 약간 남아 있다. 정부가 상황을 점 더 진지하게 인식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다시 마련하길 요청한다.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위기상황에서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면 그것이 어찌 국민은 생명과 안전을 책임질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백지상태에서 다시금 대응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

 

 


Posted by 최승국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교포와 기업인, 여행객에 대한 즉각적인 대피와 귀국을 포함한 방사능 안전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일본 핵발전소(원자력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누출이 우려했던 대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미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은 평소보다 6,600배나 되는 방사능이 검출되었고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일본 수도 도쿄까지 방사능이 검출되고 있다. 외신들은 계속 방사능 수치가 극도록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고 이미 프랑스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인근 지역은 물론 도쿄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에게 위험지역을 떠날 것을 권고하였고 영국과 독일도 잇따라 비슷한 대책을 촉구하는 등 각국 정부가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자국민들의 철수를 포함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정부는 한반도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후쿠시마 지역을 제외한 일본내에 있는 수십만의 한국교포와 기업인, 그리고 여행객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있지 않다. 이제 일본 핵발전소 폭발로 인한 방사능 피해는 물론 대형 참사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외신들은 이제 타월을 던지는 일(포기 선언)만 남았다는 표현까지 써 가며, 핵발전소 폭발로 인한 대형참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핵발전소 내에서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수십명의 전문가들이 있고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에 있을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이미 간 나오토 일본 총리도 “최악의 경우 동일본이 박살나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일본의 상황은 이미 통제불능 상황으로 가고 있다. 더 늦기전에 일본에 있는 한국인들의 안전 대책이 시급한 이유이다.

 

물론 일본정부가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일본정부의 지침을 따르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일본정부도 통제불능의 상황에 있고 총리실에서 방사능 수치와 인체에 미칠 위험에 대해 언급하지 말도록 지시하는 등 현재의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는 보도를 염두에 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프랑스는 핵발전소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이며 세계에서 핵발전소 보유수도 두 번째로 많다. 그만큼 핵이 얼마나 위험한 물질이며, 핵발전소 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프랑스 정부가 자국민의 대피를 포함한 안전대책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발표한 것은 그만큼 현재의 위험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 핵발전소 사고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이 아니라 당장 한국 국민들의 목숨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한다. 우선은 일본에 꼭 머물러야 할 이유가 없는 여행객들을 가능한 빨리 귀국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방사능 누출 위험지역과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꼭 필요한 인원은 방사능 누출에 따른 대피 요령을 정확히 숙지시켜서 체류하도록 하고 그 가족들은 가능한 빨리 귀국시켜야 한다. 총련계를 포함한 일본 교포들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별도의 안전대책 및 대피요령을 숙지시키고 원할 경우 한국내 장기체류를 포함한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후쿠시마는 물론이고 방사능 낙진 가능성이 있는 도쿄를 포함한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 대한 여행 금지 또는 제한 조치도 취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상황이 어려움에도 일본에 계속 머물러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겐 상황의 심각성과 대피요령을 분명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시급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요오드 등 방사능 피폭에 대응한 응급처방약을 지급하는 것도 고려대상에 넣어야 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강진과 쓰나미로 엄청난 피해를 본 지역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취재 기자들이다. 이들에게도 방사능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분명한 지침이 주어져야 한다. 사고 초기 폭발한 핵발전소 앞에서 방사능 피폭을 방지하기 위한 아무련 장치도 없이 보도를 하고 있는 기자를 보면서 안타까움에 혀를 찼던 적이 있다.

 

나는 일본 열도 전체가 위험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들만 살자고 우리 정부의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일본 국민들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많이 받았고 대처 능력도 높지만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 않은 외국인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판단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국 정부가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취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필자가 어제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한국도 방사능으로부터 절대 안전지역이 아닐 수 있음을 고려한 국내 대책도 시급히 마련하여 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기를 다시금 요청한다. 한국정부와 언론이 앵무새처럼 한국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고 국제원자력 기구의 방사능물질 경보를 항공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화산재예보센터(VAAC)’는 “한반도 상공에도 방사능 위험가능성이 있다”고 어제(16일) 공식 경보했다. 이 기회에 한국정부와 언론의 책임있는 정보공개와 보도를 함께 요구한다.

 

최승국 / 시민운동가(녹색연합 전 사무처장)


Posted by 최승국

일본 후쿠시마 핵(원자력)발전소 연쇄 폭발사고로 일본은 물론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런데 일본과 가장 가까운 한반도는 의외로 차분하다. 초대형 강진과 쓰나미 마저도 일본열도가 막아주었으니, 방사능 피해로부터도 한국은 안전지대가 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고 또 과거의 경험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만의 하나 방사능이 한반도로 날아올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지 치밀하게 따져보고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정부는 일본에서 진도 9.0의 초강력 지진이 발생하고 이어지는 쓰나미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수만명이 실종자가 발생하였으며, 핵발전소가 연쇄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지금까지 하고 있는 말은 단 한가지 뿐이다. ‘한반도는 안전’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강진과 쓰나미는 일본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반도는 무사히 피해갔다. 그러나 그 다행스러움이 언제나 계속 되리라는 보장이 있는 것일까?

 

나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우리사회의 불안을 조장을 생각은 털끝만금도 없다. 그러나 핵발전소 사고와 방사능 피해는 단 한차례만 있어도 치명적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늘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일본 핵발전소 사고는 이미 체르노빌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방사능 공포는 전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금까진 바람이 태평양 쪽으로 불어주어 일본 열도 내에서도 그 피해가 많지 않았지만 이틀전부터 바람의 바람이 바뀌어 발전소로부터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도쿄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고 역시 발전소로부터 100킬로미터나 떨어진 이바라키현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평소의 100배나 검출되었다.

 

만약 바람의 방향이 한반도쪽으로 분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동해의 10킬로미터 상공에는 늘 강한 제트기류가 형성되어 방사능이 한반도 쪽으로 올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다행스럽긴 하지만 그 아래는 어떤가? 후쿠시마 핵발전소(나는 한국에서 원자력발전소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 본다. 다른 모든 나라는 핵발전소를 나타내는 nuclear power plant를 쓰는데 한국만 부정적 이미지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원자력(atomic)이란 용어를 쓰는 것 같다)에서 방사능 누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다. 아니 해를 넘길 수도 있는 문제이다. 원자로가 폭발할 경우는 더 심각하다. 그 긴 세월동안 바람의 방향이 계속 남서풍이 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는가? 계절이 바뀌면 바람의 방향도 바뀌게 된다. 따라서 방사능이 한반도로 날아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아니 언젠가 한반도에도 날아온다고 가정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실제 한국 정부는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로 기록된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사고 때도 한반도는 안전하다고 앵무새처럼 말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지금 정부의 모습과 어쩌면 그리도 똑 같은지 이상할 정도이다. 이에 반해 사고지점으로부터 2천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유럽 전역은 방사능 낙진에 대비해 외출을 자제하고 채소류를 폐기하고 유제품 판매를 중단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는가? 유럽 전역은 물론이고 결국 한반도에도 방사능 낙진이 떨어지고 그 때 어린 소녀였던 여성들이 3,40대 접어들어 갑상선 암등이 발생하여 고통받고 있다는 증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금 30대 후반에서 40대 여성들이 갑상선 암 발병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그 일환이라는 믿을만한 증거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애써 이를 부정하고 있다. 체르노빌과 한반도의 거리는 일본과 한반도의 거리보다 더 떨어져 있음에도 말이다.

 

백번 양보해서 한반도에 방사능이 넘어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해도 나는 정부의 태도가 달라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도 수십기의 핵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고 사고의 위험은 늘 상존해 있다. 이번 기회에 방사능 누출에 대비한 지침을 만들고 대피훈련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제 동해안에서 민방위 훈련을 실시하면서 쓰나마 대피훈련을 같이 했다고 하는데 주민들이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아예 대피훈련을 무시했다고 한다. 이래가지고는 실제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피해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대비를 한 일본도 막상 대재앙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넋놓고 있다가 당한다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부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반도는 안전하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는 안전하다고 믿지만 만의 하나 있을 경우를 대비해 방사능 누출에 대비한 지침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알리고 대피훈련을 실시’ 하는 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정부의 모습이 아닐까?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할 필요는 절대 없지만 무지와 안전 불감증으로 전체 국민의 목숨을 거는 경우는 더 더욱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제 누군가가 한반도에 방사능 낙진이 떨어질 것이란 인터넷 글을 올려서 혼란이 일었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유언비어를 조장하지 말라고 언론을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급기야 경찰을 동원하여 최초 글을 올린 사람을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불필요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까 짚어보면 어떨까? 일본 정부도 정확한 방사능 수치를 내놓지 않고(못하고) 있고 한국 정부도 아무런 문제도 없는 듯이 지나가고 있다. 심지어 이 상황에서 대통령 내외는 일상활동으로 아랍권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정부와 정책 당국이 전혀 긴장감도 없고 대책도 없는 속에서 불안한 국민들이 스스로 정보를 수집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수도 있다.

지금 시기 정부에서 방사능 낙진에 대한 유언비어를 단속하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제대로된 정보를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 아닐까? 내가 보기엔 '방사능 낙진이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말보다 한국은 아무 문제가 없을테니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 더 큰 유언비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지 엿새째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 폭발의 위기와 공포는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 정부에서도 차분하게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를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기 바란다. 국민들도 침착성을 잃지 말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정부와 전문가들이 내놓을 위기 대처 방안을 숙지하고 필요하다면 대응 훈련에 임해야 할 것이다.


최승국(시민운동가/에너지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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