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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받은 첫 느낌은 역시 복지국가가 이미 자리잡은 유럽은 한국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논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등록금은 물론이고 해외연수까지 정부가 지원한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독일에서의 첫 공식 일정은 독일사회민주당(SPD)의 씽크 탱크인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과의 만남이었다. 재단 관계자와 점심약속이 되어 있어서 12시에 사무실을 방문했다. 재단 사무실은 공원을 가까이에 둔 시내 요지에 자리잡고 있었고 그 규모도 상당하였다. 로비에서 내선 전화로 우리가 만나기로 한 Philipp씨를 찾았고 곧 그가 내려왔다. 그는 우리가 왜 이 시간에 나타났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지금 다른 약속이 있고 우리 약속은 오후 1시라는 것이다.

 

                                     <에버트 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아뿔싸! 시간을 확인하지 않고 점심 약속이란 인식만으로 12시에 찾아간 것이 실수였던 것이다. 일종의 고정관념이 빚어낸 어처구니 없는 실수인 셈이다. 이후에도 우리는 비슷한 실수를 몇 차례 반복했다. 1시간의 짬이 발생해서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인근에 있는 쏘니센터에 들려 차 한잔씩을 마시고 1시쯤 다시 재단을 찾았다. 재단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인 필립씨와 점심을 겸한 대화를 시작했고 2시엔 독일 국내 정치를 담당하는 Beyhan 박사가 결합하여 본격적인 미팅이 시작되었다.

 

에버트 재단 관계자와의 미팅에서 우리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정당인 독일 사민당의 내공과 함께 고민을 읽을 수 있었고 재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에버트 재단은 전세계 100여개국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한국도 그 중의 하나이다. 재단의 주요 역할은 정치교육이다. 특히 14세부터 청년기까지 젊은 층에 대한 관심과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일 젊은 층들은 우리와는 달리(?)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곧 정당활동에 대한 참여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정치교육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대화 중 특이하면서도 부러웠던 것은 독일의 학생들은 해외연수(여행)을 꼭 간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요청하면 정부가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에 개인 부담이 전혀 없단다. 해외연수는 민주주의의 한 영역으로 돈의 유무와 관계없이 접근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해외연수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할지는 개인의 뜻도 중요하지만 시민단체들의 역할이 가능하다. 일종의 정치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 부모의 경제능력에 따라 수학여행지가 달라지고 교실에서부터 양극화를 경험해야 하는 현상이 떠올라 씁쓸했다. 우린 언제 이들과 같이 될 수 있을까? 복지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닌 현실인 것이다.

 

                    <쏘니 센터의 활발한 모습 / 베를린의 상징 중 하나가 된 곳, 한국은?>

우리가 독일에서 정당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계속 느낀 것이지만 첫 미팅인 에버트 재단과의 만남에서 확인한 것은 기민당과 사민당 등 독일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막강한 정당들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들 정당 소속의 의원들의 연령층이 대부분 5, 60대로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도 있다고 한다. 최근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녹색당 등의 젊은 기운과는 대조가 되는 셈이다. 때문에 젊은 층을 관여시키기 위해 사민당은 물론이고 에버트 재단까지 나서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정당의 의사결정 방식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기존에는 후보 선정과 정책 결정을 중앙당 차원에서 진행하였으나 지금은 정책결정에 일반 당원들이 참여하고 총리후보를 선출하는데 있어서는 당원뿐아니라 일반 유권자들까지 결합시키고 있다.

 

사민당은 그 표방하는 이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국내외의 노동조합이다. 하지만 노조와의 관계가 생각처럼 원활하지는 않다고 한다. 때문에 에버트 재단이 나서서 정당과 노조의 악화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묘안을 짜나고 있다고 한다. 정당과 조합을 초청해서 대화도 진행하고 정당활동을 알리는 대규모 순회 전시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150여년 전에 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정당이지만 정당은 노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모태인 노조와 갈등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풀어내는 것인가에 있다. 민주노총에 기반해서 창당한 한국의 민주노동당도 비슷한 고민을 앉고 있을 것이다. 에버트 재단이 기울이는 노력은 한국의 진보정당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단은 시민사회와도 일상적이고 깊이있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치교육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사회가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후원한다. 이는 한국의 에버트 재단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에버트 재단의 도움을 받아 왔다.

 

그리고 독일을 포함한 유럽은 점점 늘어나는 이민자들의 입장을 어떻게 반영하는가가 중요하다. 독일 인구 중 20%가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당은 이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진다고 한다. 이민자들의 정치참여방안이 적극적인 고민중의 하나로 자리잡아가는 이유이다. 한국에도 국제결혼과 중국과 동남아 등지로부터 인구 유입으로 이민(?)자들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권리보장과 참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제 고민할 때가 되었다. 한국을 떠나 해외에 살고 있는 교포들에게 참정권을 주는 것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권리보장이 더 필요한 것 아닐까!

 

최승국 / 시민운동가

 

* ‘좌충우돌 新신사유람단 연수기 3편’은 <독일 사회민주당>편이 연재됩니다.

 


Posted by 최승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