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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인이 일본 핵발전소 폭발사고에 따른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국내 원전정책, 특히 신규 원전 건설여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신규원전 유치신청을 한 곳은 공교롭게도 지진이나 쓰나미 위협이 가장 높은 동해안의 삼척, 울진, 영덕 지역 등이다. 필자는 어제부터 강원도 삼척에 내려와 지역사람들을 만나고 지역 대책위 활동을 돕고 있다.

                            <삼척시내 중심가에 자리잡은 핵백지화대책위 사무실에 걸린 현수막> 

내가 삼척에 내려와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과 직장인들이었다. 이들은 원전 유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일본 후쿠시마 핵사고를 전후해서 입장의 변화는 없을까?

 

언론을 통해 알려졌듯이 표면상으로는 삼척시민들 96%가 원전유치에 찬성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과연 밑바닥 민심은 어떨까? 내가 처음 점심을 먹으면서 식당 주인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사장님, 원전 유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돌아온 대답은 걱정이 되긴 하지만 유치에 찬성한다고 하였다. ‘역시 찬성여론이 높은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몇 곳을 더 방문하여 아예 자리를 틀고 앉아 똑 같은 질문을 했다. 식당에서 식사하는 주민들을 포함해서..., 이후 만난 분들의 대부분은,

                  <시내 곳곳에 빼곡히 걸려있는 원전 유치 현수막, 재경삼척시민회도 있네요. 나도 삼척이 고향인데 '난, 원전 유치 반댈세!>

“원전유치, 그거 미친 짓이여! 아, 일본 사고 못보았어요. 나 살자고 자식들 미래 다 망치는 짓이라고...,” “96%가 찬성한다고? 그걸 믿어요. 다 짜여진 거짓말이야. 순 엉터리 조사를 했고 명단에 있는 사람 중 이미 죽은 사람도 있어요. 지금 조사하면 대다수가 반대할거야!”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그럼 사고 전엔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 의견이 갈렸다. 지역에 경제 기반이 강한 상인들은 당분간 장사가 잘 될테니 유치에 찬성하였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반해 공무원들과 농사를 짓는 분들은 처음부터 원전유치를 반대했다고 한다. 어쨌든 지금은 상당히 높은 비율의 시민들이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그리고 알려진 여론과는 달리 일본 핵발전소 사고 전에도 전체 주민들의 절반정도는 내심 원전유치에 반대하고 있었다고 자신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삼척시장이 워낙 강하게 밀어붙이기 때문에 대놓고 반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과거 원전 반대운동을 할때는 적어도 시장이 중립이거나 암묵적 반대였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시장이 유치를 앞장서고 있는 입장이라 시장에게 찍히는 것이 두려워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여전히 찬성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시내에 있는 한 은행에 들려 부지점장에게 자연스럽게 물어보았다. “제가 객지에 나갔다가 오랜만에 고향에 왔는데 삼척이 꽤 시끄럽네요. 부지점장께서는 원전 유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물었더니 그는 “걱정이 되긴 하지만 안전문제는 정부에서 장담하니 그래도 유치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라며 찬성의 입장을 밝혔다.

                                         <핵백지화대책위 회의장면> 

이후 지역 정치인 몇 명과 공무원, 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핵백지화위원회) 관계자 분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핵백지화위원회 분들은 강하게 주민투표를 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90%이상이 찬성한다는데 투표하면 불리하지 않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의외의 답이 나왔다. 장담컨대 70% 이상이 반대투표를 할 것이라 했다. 근거가 있냐고 물었더니 지역공무원, 천주교와 불교신자들, 시내에서 떨어져 농사를 짓고 있는 분들 대부분은 반대 의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모 정당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반대가 더 많이 나와서 공표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이틀동안 삼척에서 느끼고 있는 여론은 적어도 핵발전소 유치를 찬성하는 사람이 절반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이렇듯 삼척시민들은 지난 20년간 끌어왔던 원자력과의 긴싸움속에서 여전히 갈등과 분열속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은 이미 1999년 원전 반대 싸움에서 승리하여 지역에 원전백지화 기념비까지 세웠다. 그 내용을 아래에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원전 백지화 기념비>

 

“근덕 면민은 결사의 투쟁으로

덕산 원전건설 계획을 백지화하였다.

애향의 열정과 살신의 각오로

청정해역과 수려한 강산을 지켰다.

 

이 승리의 기쁨을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물려주신

조상에 바친다.

우리의 반핵의지를

이 땅을 지켜갈 후손에 계승한다.

 

이로서 우리는 8.29공원을 조성하여

기념탑과 기념비를 세우고

향토 사랑의 큰 터로 삼고자 하나니

삼척과 근덕인의 번영과 영광이

이 비와 함께 영원하리라!

 

서기 1999. 11. 28”

 


Posted by 최승국